매일신문

대구경북 지키는 '어른' 늘어난다

정책 조언하고, 갈등 풀어주고, 현안 도와주고…

'대구에는 왜 '존경받는 원로'가 없습니까?'

수년 전 대구지방자치단체장과 상공계 대표가 감정 싸움을 벌이던 시절. 뜻있는 사람들은 대구의 어른을 찾았다. 행정의 리더와 상공계 리더가 싸우는 것은 볼썽사나울 뿐더러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에는 이들의 싸움을 말릴 '어른'이 없었다. 출세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 서울 사람'이었고, 이상희 전 대구시장, 김수학 전 경상북도지사 등 어른 대접을 받은 인사들도 공직 생활이 끝난 뒤 서울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대구에 최근 들어 '어른'이 생기고(?) 있다. 조해녕(66) 전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대구시장 시절 그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중앙로지하철참사 충격으로 맥이 풀린 듯해 안타까움을 샀다.

그랬던 그가 백발을 휘날리며 돌아왔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추대돼 대회 성공을 위한 큰 역할을 맡게 된 것. 다른 사람과 달리 대구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서울로 가지 않고 대구에 둥지를 틀어 3년여간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갈등이 생기면 조정하고 ▷현안이 생기면 앞장서 서울로 달려가는 등 어른의 모습을 보였고, 이를 대구가 인정했다는 게 공직계의 중론이다.

돌아온 조 전 시장은 요즘 거침이 없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그는 다소 잡음이 있던 조직위를 단번에 안정시켰고, 공직 시절에 맺은 중앙의 인맥을 활용해 2011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둘도 없는 친구여서 도움이 된다. 특유의 소탈함으로 후배 공무원들을 다독인다. 이 때문에 공무원 사회에서 조 전 시장의 권위가 김범일 시장과 맞먹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홍철(64) 대구경북연구원장도 원로로 꼽힌다. 홍 원장은 2004년 취임한 뒤 명목뿐이던 대구경북연구원을 지역의 '싱크 탱크'로 확실히 자리매김시켰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대구경북의 미래 먹을거리 구상뿐이라 한다. 다양한 직종의 새카만 후배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대구경북을 고민한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DGFEZ)과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형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나의 마지막 소원'이란 말을 곧잘 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조직적이고 치밀한 업무 스타일에다 전략적인 마인드까지 겸비한 홍 원장은 사심 없는 지역 사랑으로 어른이 됐다"고 평가했다.

노희찬(66) 전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 경제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2001년부터 5년 3개월 동안 대구상의 '수장'을 하면서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던 지역 경제계의 화합을 이뤄냈다. 대구상의 회장직을 '지역 경제계의 진정한 대표직'으로 만든 것도 노 전 회장이었다. 그를 두고 '덕장'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과도 냈다. 국내 최초의 시민축구단인 대구FC를 창단했고, 대구경북디자인센터를 설립했다. 묵직해 중심을 잘 잡는다는 평을 듣는 그는 2011대회 조직위원으로 대회 성공에 힘을 보태고 있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으로 섬유 산업의 해외 경쟁력 강화에 힘쏟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어른 있는 대구'와 관련, "존경받는 원로가 있다는 것은 지역에 다행"이라며 "대구경북과학연구원(DGIST) 설립을 주도한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과 문희갑 전 대구시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등 어른으로 모실 수 있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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