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중'일 3국의 古都를 찾아서]11. 경주-(2)미흡한 고도보존법

천년고도 옛터에 사는 일, 영광인가 업보인가, 왕릉옆 쪽샘지구

쪽샘지구-경주시는 지난 2007년부터 황남리 고분군 주변 쪽샘지구 유적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는 고도보존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쪽샘 발굴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쪽샘지구와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 황남대총과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이 보인다.
쪽샘지구-경주시는 지난 2007년부터 황남리 고분군 주변 쪽샘지구 유적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는 고도보존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쪽샘 발굴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쪽샘지구와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 황남대총과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이 보인다.
경주읍성-경주시는 역사문화유적 복원사업으로 경주읍성 복원 공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경주읍성-경주시는 역사문화유적 복원사업으로 경주읍성 복원 공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월정교 조감도-경주시는 역사문화유적 복원사업으로 월정교 복원 공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월정교 조감도-경주시는 역사문화유적 복원사업으로 월정교 복원 공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옛 불국사-황폐한 옛 불국사의 모습.
옛 불국사-황폐한 옛 불국사의 모습.

황남대총 등 총 155기의 고분, 2천360점의 유적,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과 불국사, 불교미술을 집대성한 노천박물관 남산, 신라 왕조가 수도로 정한 후 1천년을 유지해 온 세계에서 흔치않은 역사성….

천년고도 경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유산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우리의 영광된 역사보고(寶庫)를 영원히 보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도 주민들의 반감 커

이런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경주 시민들은 천년고도 경주에 산다는 숙명 때문에 생활환경에서 제약을 엄청나게 받고 있다. 찬란한 문화 유산을 가꾸고 보존하는 데는 찬성이지만 희생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경주시민의 불만은 이랬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30%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5천년을 살아 왔으면 과연 문화재 없는 곳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게다가 경주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모든 땅에서 유물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사유재산권 침해를 크게 당하고 있지요."

경주시민들을 수년간 옥죄어 온 문화재보호법이 문화재파괴법으로 비쳐지는 현실에서 문화재는 상당수 시민들에게 적개심의 대상이었다.

2004년 국회를 통과한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도 반쪽짜리에 머물러 이들은 다른 악법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철저한 고증을 거쳐 발굴하고 발굴한 뒤에는 그 자리에 원형으로 보존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도는 그 자체로 보존될 때 가치가 있으며 개발되는 순간부터 가치가 사라진다.

두 번째는 개발(정비)과 보존을 똑같은 비중으로 놓고 여기다 관광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며 지역주민들에게는 철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다.

손윤락 신라문화동인회장은 이달 2일 경주에서 문무왕릉비가 200년 만에 재발견된 것이 우리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신라문화동인회 김윤근 부회장의 제보에 따라 경주의 한 주택가 수돗가에서 발견된 문무왕릉비 조각은 조선시대 때 발견됐다가 실종됐던 것으로, 이 비편은 그동안 실물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문무대왕릉비의 상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수백년이 지나서라도 발견이 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문화재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것.

이재웅 경주 부시장은 "경주는 현재의 서울보다 면적이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 경주가 1년에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1천200억원, 영농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5배에 가까운 5천600억원"이라면서 "물론, 경주의 문화관광을 수익으로 산출할 수는 없지만 경주의 주수입원이 문화 관광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문화재 보존을 해나가되 발굴 복원사업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중건'과 '중창'의 방법으로 복원을 허용해 고도 보존과 관광 수익을 함께 모색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되는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역사문화도시 조성은 고도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그 바탕에서 개발을 병행하고 관광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데 있다. 더디기만 한 고도보존법의 보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 범위는 고도보존지구인 경주시 전역이며 전체사업기간은 30년(2006~2035)이다.

현재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월정교(사적 제457호) 복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사업은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 선도사업으로 추진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석교 위에 목조 회랑(回廊)으로 연결한 누교(樓橋) 형태이다. 월정교는 통일신라 최전성기인 경덕왕 19년(서기 760년)에 조성된 교량. 복원이 마무리되는 내년에 2단계 사업으로 일정교지 추가 발굴 및 복원과 월성∼월정교∼인용사지∼일정교∼박물관을 있는 신라의 옛길 복원 사업도 연계해 추진한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경주시는 월정교와 일정교 및 신라의 옛길 복원이 완료되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신라문화의 우수성과 다양한 볼거리 제공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가진 천년고도로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밖에 교촌한옥마을 조성사업과 황룡사 복원, 월성정비복원, 경주읍성정비, 신라고분학술발굴 등이 추진 중에 있다.

신라문화동인회 김윤근 부회장은 고도보존에 관한 새로운 문화아이콘을 개발하자며 '신라 56왕전' 건립 계획을 제안했다. 충효 교육의 일환으로 신라건국 6부촌장과 신라 56왕 제례행사를 할 수 있도록 신라 56왕전을 건립하자는 것. 김 부회장은 "경주는 성씨의 뿌리다. 신라 56왕전이 건립되면 매년 제례 참석 인원만 1만여명에 이를 것이고 연간 참배객은 100만명이 될 것"이라면서 "이 경우 관광지로서의 볼거리를 하나 추가하는 의미도 된다"고 했다.

◆바람직한 고도 방향은

적어도 경주만은 고도답게 보존되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 전체의 한결같은 염원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내 물건조차 내 뜻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경주시민들의 허탈한 피해의식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김성수 경주시의원은 "현재의 고도보존법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인한 충분한 주민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보존법의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있는 경주시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교토(京都)는 이미 40년 전인 1966년에 '고도에 있어서의 역사적 풍토의 보존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 고도보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이 법의 시행으로 수많은 지역이 역사적풍토지구로 지정된 것에 대해 교토 주민들은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근대화가 이어지면서 하루가 무섭게 폐허로 변해갔다. 시민들은 천년고도를 살아가는 경주시민의 자긍심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문화재 보호 정책을 펼쳐야만 천년사직의 역사를 가진 고도가 고도답게 보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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