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사랑 125년 언더우드家 4세손 매일신문사 방문

"석굴암, 예술·과학적 세계 최고 건축물"…주한美대사관 근무 토마스씨

"석굴암은 바티칸의 성 시스티나 성당을 능가하는 최고의 건축물입니다."

125년간 한국을 위해 봉사해 온 선교사 언더우드가(家)의 4세손인 토마스 언더우드(51·주한 미국대사관 지역총괄담당관)가 16일 오후 매일신문사를 찾아와 빛바랜 사진 한장을 내보였다. 90여년 전인 1913년, 언더우드 일가가 석굴암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콘크리트 벽돌이나 시멘트 흔적도 없이 햇볕을 그대로 받고 있는 석굴암의 모습이 이채롭다.

그가 기념 사진 한장을 더 꺼내보였다. 1920년대 석굴암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10년 사이 가족들의 수도 부쩍 늘었고 석굴암도 원형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일제가 석굴암을 수리하면서 구조와 원형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돌 틈을 모두 시멘트로 막아버리는 바람에 통풍이 되지 않아 현재까지 습기가 차고 있어요." 그가 꺼낸 사진첩에는 1910, 20년대 석굴암과 불국사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언더우드 가문은 1885년 4월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와 한남대학교를 세우는 등 대를 이어 한국의 교육·의료·사회 발전에 헌신했다. 4세손인 언더우드 4세(한국명 원한광)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학살을 세계에 알렸다가 한국에서 추방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토마스 서기관 역시 어린 시절을 청주와 광주에서 보냈다. 1999~2003년까지 주한 미 대사관 정치과에서 근무했고, 올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언더우드 일가는 한국의 고대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다"고 했다. 선교나 교육, 봉사 등의 업무로 한국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많은 곳들을 사진에 담았다. 특히 경상도 지역의 다양한 문화 유산을 사랑했다.

"석굴암은 바티칸의 성 시스티나 성당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면서도 700년이나 앞서 지어진 최고의 건축물입니다. 본존불인 석가여래불상을 중심으로 그 주위 벽면에 보살상, 제자상과 역사상, 천왕상 등 다양한 불상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특히 매년 하지가 되면 햇빛이 본존불의 얼굴을 정확하게 비출 정도로 풍수학적으로도 완벽한 구조물입니다."

토마스 서기관은 "이제 한국을 위해 언더우드 일가가 베풀 것이 없다"고 했다. "한국은 불과 한 세대만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엄청난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제 언더우드 가문이 한국에서 해야 할 역할이 줄어들었죠. 오히려 우리가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때가 됐어요."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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