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순 화단 원로들의 작품세계 감상하세요

강우문·신석필·전선택·서창환 초대 기획전 잇따라

지역의 원로 작가를 재조명하는 뜻 깊은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리안갤러리가 김종복 초대전을 10월 7일까지 여는데 이어 봉산문화거리 내 갤러리 원은 '강우문 회화의 궤적(軌跡)'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주제별로 묶어 12월까지 선 보인다. 아울러 동원화랑은 강우문 화백이 미수(88세)를 맞는 뜻 깊은 해를 기념해 11월 중 신작을 볼 수 있는 기획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갤러리 원은 먼저 9월에는 강우문 화백의 풍경화를 중심으로 한 풍경전, 10월에는 정물 및 인물전, 11월에는 누드전, 12월에는 신명나는 춤전이 펼쳐진다. 개별 화랑에서 한 작가의 평생 화업을 주제별로 장기간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십여년 간 연대 및 장르별로 강우문의 작품을 수집해 왔던 갤러리 원 최병팔 대표는 "지역 화단을 지키면서 꾸준히 작업에 몰두했고, 인재 양성에 힘써온 원로화가 강우문 화백의 그림 세계를 시대와 장르에 따라 조명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강우문은 중학교 1학년 때 '선전'에서 특선을 받은 이인성에 대한 신문 보도를 보고 무작정 그를 찾아가 문하생이 됐고, 미술 잡지에서 반 고흐를 처음 만난 뒤 미술 세계로 빠져들었다. 해방 후 중등학교 교편을 잡은 강 화백은 그림에 정진했고, 대구의 첫 미술그룹인 대구미술가협회에 참여하게 된다. 제2회 국전에 출품한 '나부'를 통해 중앙 화단에 진출하게 됐으며, 이 즈음 작가는 자연의 해석에 대한 고민 속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정신을 불어넣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미술 평론가 권원순에 따르면, "(강우문은) 1988년 두번째 유럽 여행 중 스페인의 쁘라또와 프랑스 루브르를 관람하면서 중세기의 그림에 식상했고 또 그렇게 그릴 재주도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나라, 우리 것을 그려야 한다는 강한 충격과 우리의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너무 오래 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강 화백은 문공부 주최 한국 현역 작가 100인전(1973년)에 선정된 바 있으며, 국전심사위원, 대구시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경북대 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053)294-1102.

한편 푸른방송은 21~25일 '한국 원로작가 4인전'을 푸른방송 갤러리에서 연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들의 특징적인 작품 세계를 조감하고, 미술사적 자료와 작품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동시에 한국 미술사의 정리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의미를 갖고 있다. 4인전에는 강우문과 함께 신석필, 전선택, 서창환 화백의 작품이 등장한다. 신석필은 해방과 한국 전쟁을 통한 격동기의 한국 미술사를 체험한 작가로 전쟁 이후 대구에 정착해 신구상 미술계의 대표적 모습을 보여준 작가. 전선택은 실향에서 비롯된 향수와 꿈같은 환상, 순수한 동심의 표현 등 구상과 추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일상의 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대상에 따라 소재와 주제가 달라져 왔다. 서창환은 1940년대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화를 체계적으로 배웠다. 나무와 땅의 색조가 왜곡돼 나타나는 표현은 신비와 환상적 분위기에서 오는 유토피아적 꿈을 찾기 위한 작가의 절대적 노력임을 보여주고 있다. 053)555-2369.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