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른들의 심부름으로 아침 일찍 신시장 입구 허름한 초가로 된 떡집에 가면 가마솥에 멀건 콩나물국이 끓어 오르고 떡 할매가 손바닥만한 찰떡에다 주먹만한 고물을 얹어 꾹꾹 눌러 신문지에 싸주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버버리 찰떡을 다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떡장사로 나섰어요."
80여년 전통을 가진 안동지역 전통 먹을거리였지만 자칫 명맥이 끓어질뻔 했던'버버리 찰떡'. 이를 새롭게 부활시키고 지역 특산품으로 상품화한 안동 옥야동 버버리 찰떡집 신형서(53)씨는 '떡메치는 사장'으로 유명하다.
신 사장은 "버버리 찰떡의 맛은 찹쌀을 기계로 갈지 않고 떡메로 쳐서 쌀 알이 씹히는게 특징이죠. 떡 만드는 과정을 옛 그대로 수작업으로 하지만 가장 공들이는 떡메치기는 가능하면 내가 직접한다"고 했다. 떡메질에 따라 찰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분 유지도 찰떡 맛을 좌우하는 하나의 요인이기 때문에 떡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버버리 찰떡은 안동간고등어처럼 서민음식이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른들이 제사나 장보기에 갔다가 돌아 올 때라야 맛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버버리 찰떡이야말로 안동사람들에게는 추억이자 안동 소시민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안동문화 그 자체였다.
"버버리 찰떡이 다시 나온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어르신들이었어요. 가게로 달려와서는 그 옛날 배고프던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되살리기도 했지요."신씨는 '떡장수'보다 잊혀져 가던 안동문화를 되살려낸 사람으로 더 평가를 받는다.
엄재진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