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입학사정관제도의 명암

최근 여러 대학에서 잠재력과 다양한 소질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생소한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한다고 앞다투어 발표하고 나섰다. 그럼 여태까지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했단 말인지 궁금하다. 교육과학기술부나 대학에서 말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의 취지는 이렇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사실 수능 성적이나 내신등급 등 점수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지나친 점수 경쟁을 초래했고 또한 학생들은 점수로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학과를 선택해 왔다. 그래서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과 대학의 모집 단위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선발 방식으로 개편하기 위한 것이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취지다.

원래 입학사정관제도는 미국에서 입학 성적이 월등한 아시안계나 인도, 유태인 등 특정 인종의 특정 대학 편중을 막고자 시행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그보다는 내신등급, 수능 성적 등 점수 이 외에도 학생의 특별활동, 체육, 예능 및 봉사활동 등에도 상당한 가중치를 두어 대학에서 원만한 인간형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 수능을 만점 맞더라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일단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정규 수업시간이 우리보다 적고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다 같은 과목을 듣는 것이 아니다. 학생마다 자기 특성이나 능력에 맞는 과목을 듣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듣는 과목이 다르고, 같은 과목도 능력별 수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반드시 예능(미술이나 음악)과 체육활동을 하게 하고 틈틈이 학생회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게 하여 리더십과 사회에 기여하는 생활 습관들을 이때부터 키운다. 그리고 긴 방학 동안 사회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고 거기서 뭘 느끼고 배웠느냐를 대학에서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대학 지원서를 쓸 때 자연히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한 개성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게 되니 그 속에서 나름 학교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 교육이 획일적인 나라에서는 이런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똑같이 아침 일찍 등교하여 밤 늦게 귀가하고, 학교에서는 똑같은 과목을 배우는데 여기서 무슨 차이를 발견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정상적으로 정규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큰 차이점을 보인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수업이나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은 입학사정관 대비 학원만 양산할 뿐일 것 같다.

김성국 경북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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