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게으름과 '결별'…당뇨수치 마침내 '정상' S라인 만들고 당뇨 이겨요

[건강한 워킹] 걷기 마니아들 (상)

걷기로 건강과 삶의 여유를 찾고 있다는 김정철 원장.
걷기로 건강과 삶의 여유를 찾고 있다는 김정철 원장. "퇴근길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걷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걷는 게 귀찮습니까. 한번 걸어보세요."

걷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에 의지하면서 가장 기본적 활동인 걷기를 포기하는 것. 다행히 최근 걷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출퇴근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생활 속에서 걷기를 실천하는 '워크홀릭'(Walk-holic)이 많아지고 있는 것. 걷기에 빠진 사람들은 왜 걷고 또 걸을까?

◆게으름 없어졌어요

성형외과 의사인 김정철(46) 원장은 오후 6시30분만 되면 어김없이 가방을 메고 병원을 나선다. 그가 향하는 곳은 주차장이 아니라 행인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다. 병원이 위치한 대구 중구 반월당에서 수성구 수성4가 집까지 2.5㎞를 걸어간다. 벌써 10년째다. 일주일에 4, 5번 횟수를 늘려 본격적으로 걷게 된 건 5년 전부터다. 자꾸 게을러지는 것이 싫어서였다.

"환자들을 대하느라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니 버릇이 돼 걷는 것조차 귀찮아지더군요. 가까운 거리도 차를 몰거나 택시를 타고, 식사도 시켜먹게 되는 등 자꾸 편한 것만 찾게 됐어요."

퇴근길 걷기는 여유를 선물했다. 일단 '술' 약속이 줄면서 가족과의 시간이 늘었다. 거리가 모자란다고 여겨지면 집 앞 신천둔치로 나가 중동교까지 걸어간 뒤 되돌아왔다. 거리는 5㎞정도. "아마도 군대에서 걷고 뛰어본 이후 일부러 걸어본 건 처음일 겁니다."

걷다 보니 주위를 둘러보는 재미도 생겼다. 동성로 통신골목을 자주 지나다 보니 휴대폰 가게의 독특한 간판 변천사도 알게 됐다. 간혹 잊고 지내던 동창생도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생겼다. 생각했던 것만큼 몸무게가 줄진 않았지만 상쾌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은 걷기가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당뇨를 이겨요

대구남부교육청 신재기(59) 관리국장에게 걷기는 하루 일과의 방점이다. 12년째 하루에 8㎞씩 걷고 있다. 걷기 마니아가 된 건 건강 때문이었다. 40대 중반이던 1996년 신체검사에서 혹시나 여겼던 '당뇨'가 진단됐다. 당뇨로 부친을 여읜 터라 덜컥 겁이 났다. 의사는 입원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그길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3개월 남짓 땀을 흘렸다. 당뇨 수치는 떨어졌지만 바쁜 일상에 점점 빠지는 날이 많아졌다. 병은 다시 악화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걷기였다.

퇴근 후 수성못 주변을 걸었다. 세 바퀴를 돌면 6㎞ 정도. 파동에 있는 집에서 오가는 거리를 더하니 꼭 8㎞가 됐다. 만보계에는 1만500보가 찍혔다. 요즘엔 신천둔치로 나가 상동교에서 가창교를 오가는데 이 코스 역시 8㎞, 걸으면 1시간 20분이 걸린다.

그는 걷기 원칙을 세웠다. 주당 5만보 걷기. 욕심은 나지만 이틀은 쉬기로 했다. 단 일상생활에서 걷는 건 뺐다. 퇴근 후 반드시 저녁을 먹고 최소 30분이 지난 뒤 걷는다. 하지만 오후 9시가 넘으면 운동하러 나가지 않는다. 너무 늦은 시간 운동을 하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걸었는지 안 걸었는지 결과를 작은 수첩에 매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당뇨 수치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걷고 난 다음날 컨디션이 좋다 보니 모든 게 술술 풀린다"고 했다.

◆S라인 만들고 있어요

대구 수성구청 공무원 김민경(31·여)씨는 걷기를 시작한 지 한달밖에 안된 초보자다. 목표는 'S'라인 만들기. 물론 걷기만으로는 되지 않겠지만 걷기부터 몸에 배게 할 계획이다. 김씨는 최근 갑자기 불어난 체중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야근이 많아 야식을 즐겼어요. 운동을 안 하다 보니 체중이 늘고 몸놀림도 둔해졌어요."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러다 걷기를 권유받았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일단 해보자고 결심했다. 퇴근 때 운동화로 갈아 신고 구청에서 황금네거리 집까지 3.5㎞를 걸었다. 약간 땀이 났지만 상쾌했다. 그 기분에 빠져 걷기를 계속하고 있다.

"체중은 별로 줄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리에 힘도 생기고 피곤함도 덜해요."

멀게만 여겼던 집까지 걷는 데는 40분 남짓 걸린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했다. 요즘은 집이 조금 더 멀었으면 하고 여길 정도다. "퇴근길 버스에 20~30분씩 갇혀 있다 보면 사람 뒷머리밖에 볼 게 없죠. 옷에 밴 담배냄새와 많은 사람이 내뿜는 호흡까지 좋은 게 별로 없잖아요."

걷기 예찬론자가 돼 가고 있는 김씨는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되니 돈 안 들고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걷기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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