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대마불사, 강남불패

대마불사, 강남불패

대기업 및 재벌의 견고함과 더불어 부동산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말이 바둑이나 스포츠 등에서 따온 이른바 대마불사니, 강남불패니 하는 독특한 말들이다. 이런 류의 표현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이 중에 대마불사는 최근 들어 의미가 조금 희석된 느낌이나 강남불패는 굳건히 위세를 드높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자본주의의 천민성과 저급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전에 한국개발원(KDI)은 현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단기적 지뢰(?)로 지칭될 수 있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 동요의 재발 가능성,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및 노동시장의 불안 요인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여기서 국제 금융시장의 동요는 우리의 제어 능력 밖의 일이지만, 7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와 800조원에 달하는 단기 부동자금은 시한폭탄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유동성 회수 전략)이 필요하지만 경기 국면에 찬물을 끼얹게 될까봐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단기부동자금과 급증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그림자를 크게 드리울 수 있으니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일본의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이 가져다 준 여파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 국민들이 부동산에 이토록 집착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으나, 이를 잘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다. 지난해 경기 급락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서둘러 부동산 규제를 풀고 부동산 세제에 손을 댄 것은 화급성으로 볼 때 이해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좀더 차분하게, 좀 더 시차를 두고 조처를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9월 들어 주택 대출 규제를 시작하였으나 부동산 바람의 폭발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그 중심에 강남이 도사리고 있음에야.

부동산 가격의 급등, 전세난 등 수도권의 현상은 서민들의 주름을 늘릴 뿐더러 수도권과 여타 지역의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러함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적지근하고 수도권, 특히 강남에 사는 인사들의 정서에도 씁쓸한 느낌이 감돈다. 어느 나이 든 강남 어르신네는 TV대담에서 이제 제발 강남을 질타하는 일은 그만두고 그대들도 열심히 노력하여 강남 지역에 살도록 애쓰라는 따뜻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가 만난 제법 진보 성향의 지식인 역시 운좋게 강남에 입성하였다기에 '참 잘됐네요'하였더니 그저 묵묵부답이어서, 한국인의 정서에는 돈, 영어, 부동산 이 외에 또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럴수록 사람 사는 데는 여러 가지 가치와 덕목이 있다는 것을 되뇌고 싶다. 정부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하루빨리 제거하여 민초들의 아픔을 가라앉혀 주었으면 좋겠다.

김한규(계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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