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창업] "시댁서 배운 감주…60대에 사장님 됐죠"

'전통할매감주' 사장님 된 임순희 할머니

60대에 창업을 한 임순희 할머니는 현재는 어엿한
60대에 창업을 한 임순희 할머니는 현재는 어엿한 '전통할매감주'의 사장이다.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창업을 원하는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노년층에게 창업의 문은 넓지 않다. 정보도 부족하고, 시대 흐름을 좇을 자신감도 적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임순희(73·사진) 할머니는 좋은 모델이다. 남편이 교사로 정년 퇴직하면서 노후 준비를 시작한 할머니는 현재 '전통할매감주'라는 소기업의 어엿한 사장이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만 살아오던 임 할머니는 60대에 창업을 시도,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할머니가 창업에 눈을 뜬 것은 15년 전. 남편의 정년퇴직이 가까워져 오면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내에 액세서리 점포를 열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주변의 권유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인근에서 '떡볶이' 가게를 열었지만 결국은 5천만원가량 목돈만 날리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음식 맛은 뛰어나다고 소문이 났지만 젊은 대학생들은 나이 많은 할머니 가게를 꺼렸다.

빈손으로 물러난 할머니는 좌절하지 않았다. 본전 생각에 다시 창업을 생각한 할머니에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음식 솜씨였다.

젊은 시절부터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온 할머니는 의성 시댁에서 제대로 배운 '감주'로 승부를 걸었다. 집(대구 남구)에서 감주를 만들어 와룡시장(달서구)까지 가져가 난전에 터를 잡았다.

처음에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감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할머니는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온 아이들에게 무료로 감주를 건넸고, 시장 주변 노인들에게도 공짜 시음 행사를 열었다.

그러기를 1년여. 2003년 3월, 우연하게 기회가 찾아왔다. 할머니의 감주 맛이 좋다는 얘기가 주변에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인근의 모 찜질방 사장이 할머니를 찾아와 감주를 몽땅 사겠다고 제안한 것.

그 사장은 우연하게 할머니의 감주 맛을 본 뒤 반해 버렸다. 고정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할머니는 그때부터 대중목욕탕에 다니며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큰 찜질방 서너곳을 거래처로 확보한 할머니는 2005년부터는 아예 집에서 감주만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성수기 때 한 달 매출액은 300만~400만원. 그다지 큰돈은 아니지만 할머니에게는 소중한 땀의 대가다.

임 할머니는 "돈도 중요하지만 옛날 조상이 마시던 감주를 재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며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단골도 생기고, 돈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할머니에게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거금 2천만원을 지원받아 반자동화 기계를 도입하게 된 것.

"기계를 도입해 유통 기한을 늘리면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싶습니다. 일을 하니까 건강도 좋아지고,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노년 창업은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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