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 기적'은 없었다…삼성, SK에 패해 포스트행 좌절

'어부지리' 롯데 진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3년 만에 가을잔치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가을 잔치 신화는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4대7로 패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2경기를 남긴 삼성은 5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 넘버 1을 남겨둔 4위 롯데에 가을 잔치 초대권을 내줬다.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인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어 13년 연속 달성 기록이 실패한 이날 삼성은 또 다른 기록의 제물이 됐다. SK가 삼성을 상대로 프로야구 최초로 17연승의 기록을 달성한 것. 공교롭게 기록의 희생양이 된 삼성은 1986년 시즌 기록한 16연승으로 종전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삼성의 올 시즌은 힘겨웠다. 버팀목 노릇을 했던 주전 양준혁과 진갑용, 박진만 등이 시즌 초반부터 각종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고 배영수의 부진이 이어지고 외국인 투수들이 기여하지 못하는 등 선발 투수진도 흔들렸다. 프란시스코 크루세타가 9승(9패)을 올렸지만 제구력이 흔들리며 믿음을 주지 못했고 퇴출된 루넬비스 에르난데스는 2승(3패)에 그쳤다. 게다가 철벽 마무리였던 오승환이 부상으로 중도 이탈하는 바람에 투·타의 짜임새는 더욱 헐거워졌다.

4~5월 중위권을 유지했던 삼성은 6월 중순에 7위까지 추락하는 부진에 빠졌지만 이후 다시 치고 올라와 4위 싸움을 숨 가쁘게 벌였다. 이 싸움의 와중에서 삼성은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가장 안정적인 팀이었다.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이 홈런포를 터뜨리며 공격이 살아나고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가 마운드의 안정을 가져오면서 승리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부진했던 롯데와의 결정적인 2연전이 올 시즌의 운명을 갈랐다. 12일과 13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2연패, 순식간에 어려운 상황에 몰렸고 LG와 한화에도 패배, 뼈아픈 4연패에 빠지면서 결국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삼성은 부진했지만 알찬 수확도 거두면서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윤성환이 14승(5패)을 올리며 에이스로 성장했고 강봉규와 신명철이 맹활약하면서 타선에 힘을 실어준 것은 긍정적인 점. 최형우, 채태인, 박석민 등 젊은 사자들도 시즌 중 슬럼프를 이겨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즌 중 재계약해 내년 시즌 구상에 들어간 선 감독은 "올해는 베테랑 선수들의 부상 공백과 오승환의 부상이 결정적으로 작용,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우리 팀은 세대교체가 착실히 이뤄졌고 타선의 힘이 커진 만큼 투수 부문을 다시 집중 육성해 '지키는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시즌 후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내년 정상 도전을 향한 새로운 준비에 들어간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24일

두산 금민철-삼성 크루세타(잠실)

KIA 로페즈-히어로즈 김수경(군산)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