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최모(48)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 때문에 좌절감을 겪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지방으로 발령을 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기가 나쁘고 구조조정 압박도 심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도 감사히 여기자고 다짐했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박모(38'여)씨는 최근 회사의 구조조정 때문에 편하게 잠을 잔 날이 거의 없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동료보다 먼저 출근하고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했다. 덕택에 감원 대상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가정생활은 엉망이 됐다. 박씨는 "구조조정으로 사람이 줄어들면서 업무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 월급은 오히려 깎였다"면서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털어놨다.
고용 불안과 경제난, 업무 과다 등에 시달려 우울한 직장인이 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회사 상황이 열악해지고 일자리 불안감도 커지면서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우울증'이란 일본의 스트레스 연구자인 와세다대 고스기 쇼타로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로,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이다. 최근 잡코리아가 직장인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74.4%(466명)가 회사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응답했다.
경제난과 인원감축, 성과주의와 연봉제 등 직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회사 우울증의 원인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직장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100명 가운데 15명가량은 일생에 한 번쯤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초기에 잘 대처하면 감기처럼 치료하기 쉽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될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흥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지고, 사는 재미와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울증 환자의 15%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우울한 기분이 2주를 넘지 않고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고 가정이나 직장, 학교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직장에서 건강상태가 더 악화되고, 근로시간이 줄고, 작업성과가 제한되고, 더 많은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우울증은 다른 신체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으면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1.5~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의 우울증은 자녀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우울한 부모의 자녀들은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생길 위험이 3배나 더 높다고 한다.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법이 발전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서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다. 회사도 구성원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면 손해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회사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뒷짐 지고 있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생활한다면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교수
##우울증 체크 리스트
□ 우울하다, 슬프다, 공허하다, 울고 싶다는 감정이 지배적이다
□ 매사에 흥미가 없고 예전에 재미있던 것도 재미가 없다
□ 한달에 5㎏ 이상 체중이 줄거나 늘었다
□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아예 자지 못한다
□ 안절부절못하거나 의욕이 없다
□ 무기력하고 늘 피곤하다
□ 무가치감 또는 죄책감이 든다
□ 사고력·집중력이 떨어진다
□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 5개 이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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