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정 총리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정부 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마를 타게 되면 가마꾼의 어깨를 먼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정 총리 임명 동의안은 재적의원 291명 가운데 177명 만이 참석한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찬성 164표, 반대 9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정운찬호' 출범은 이명박 정권 2기의 새로운 항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성공적인 인준안 통과로 내부 단합의 새로운 단초가 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165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찬성 164표보다는 한 명이 많지만 지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터져 나온 다수의 부정적 여론은 조성되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투표에 앞서 "정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는 계파 문제를 생각할 정도로 가벼운 게 아니다. 향후 국가 명운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리더십도 고평가되고 있다. 우선 표 단속에 나선 안상수 원내대표의 일사불란한 지휘가 돋보였다는 내부 평가다. 이로써 최근 야당을 원내로 끌어들이지 못해 대야 협상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당 대표로 취임한 정몽준 의원도 이날 여당 의원들의 단일대오 형성에 일조하면서 최고 지도부로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수적 불리함으로 무력감을 다시 느껴야만 했다. 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야5당(총 106명) 의 '찰떡 공조'가 이뤄졌지만 수적 우위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힘에 무기력할 뿐이었다. 이로써 민주당은 당분간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어서 향후 여야 관계는 급랭할 전망이다. 특히 추석 이후 곧바로 시작되는 국정감사 동안 검증 작업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밝혀 이번 국감은 '정운찬 공방 국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의 장외 투쟁과 대여 강경 투쟁 일변도는 국감을 앞두고 반발 여론을 불러 올 수도 있다. 백기투항하다시피 하면서 원내로 다시 돌아왔지만 이렇다할 소득도 없이 또다시 국회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한다면 자칫 '식물 국회'의 주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민주당 양승조, 선진당 류근찬 의원 등 의원 30여명은 인준안 표결 처리 직후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포괄적 뇌물죄 등의 혐의로 정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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