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추석선물은 신토불이 농산물로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올 추석을 맞는 농업계에 종사하는 우리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경제가 최저점을 지났다고는 하나 이제 막 회복단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연이은 풍작으로 쌀값 하락이 큰 걱정이며, 과일도 기후 여건이 좋아 생산량 증가로 인한 가격이 약세다. 또 연휴 기간이 예년에 비해 이틀이나 짧고, 매년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지역단위 대규모 직판행사도 신종플루 영향으로 취소되는 등 우리 농산물 판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추석은 농업인들의 입장에서는 1년 동안 정성을 다해 가꾼 농산물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점이다. 추석 대목이 지나면 홍수출하에 소비도 감소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올 추석 선물은 우리 농업인의 땀의 결실인 농산물을 선물해 '받는 분에게는 건강을 주고, 농업인에게는 시름을 덜어 주기'를 제안해 본다.

특히 경북지역은 전국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는 브랜드가치가 높은 농축산물의 생산기지라고 할 수 있다. 사과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전국 60%를 넘고, 포도와 감 등의 생산량도 전국 최대이다. 한우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한우 사육 규모가 전국 1, 2위를 다투고 있다.

올 가을은 유난히도 오곡백과가 풍성해서인지 그 어느 해보다 우리 농축산물을 추석 선물로 선택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한 유통업체가 올 추석 선물 경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이 1위, 정육세트가 2위, 청과류가 3위를 차지하는 등 농축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은 우리 고유의 명절인 만큼 우리 땅에서, 우리의 물과 우리 농업인의 정성으로 키워낸 우리 농산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도 "기업들이 우리 농산물을 추석선물로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청와대에서는 추석 선물로 쌀과 쌀국수가 든 선물세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기업들이 우리 농산물로 추석선물을 하도록 적극 나서기로 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경북농협도 29일부터 3일간 경북농협본부 앞에서 추석맞이 직거래 장터를 운영한다. 경북도내에서 생산되는 과일류, 곡류, 어류, 제수용품까지 산지공급 가격 그대로 특별 판매를 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신토불이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협 금융점포에서는 추석선물세트를 포함한 전국의 농산물을 NH쇼핑을 통해 주문할 수 있고 전국 산지에서 직접 고객에게 배송해 준다.

선물과 관련해 최근 한 일간지 칼럼에서 보았던 내용을 잠깐 소개할까 한다. 유명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사장을 지낸 사람이 겪은 일화 한 토막이다. 그가 사장으로 재직할 때 명절만 되면 거래업체 등으로부터 처치 곤란할 정도의 선물이 답지했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그만둔 후 처음으로 맞는 추석에는 딱 2개의 선물이 집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감사전화도 한 통 안 하던 그였으나 이번에는 선물을 보낸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중에 한 사람은 그가 사장을 그만둔 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오직 한 사람만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낸 것을 알게 됐다는 씁쓸한 기사였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선물이 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경기가 좋아졌다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은 월급봉투가 얇아지고 여전히 팍팍하다. 그래도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선물은 오히려 나를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도 행복을 맛보기 때문이다.

올 추석 선물은 얇은 지갑으로도 큰 부담 없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내수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어려운 농촌경제에 다소나마 활기를 되찾아 주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정을 우리 농산물로 주고받음으로써 미풍양속의 계승 발전은 물론 우리 농업을 지키는 데도 큰 힘이 되고, 알뜰한 선물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었으면 한다. 아울러 온 가족이 모여 한가위라는 전통문화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는 알찬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종현 경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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