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슘·무기질 듬뿍 든 가을 보양식 '추어탕'

가을을 대표하는 물고기가 추어, 즉 미꾸라지이다. 물고기 어(魚)에 가을 추(秋)를 붙여서 추어(鰍魚)라고 했다. 미꾸라지는 미꾸리, 미꾸락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꾸라지는 논, 개천, 못 등의 흙 속에 사는데 가끔 수면에 떠 올라 공기호흡을 한다. 한국,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며 몸길이는 약 10∼20㎝이고 등은 푸른빛을 띤 검은색이며 배는 흰색이고 검은점이 많다.

어릴 적 농촌생활을 한 40,50대 이상은 큰 물통을 들고 미꾸라지를 잡으러 다녔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비 오는 날이면 논에 물이 넘치기 때문에 물을 빼게 되는데 비가 많이 오면 옷이 흠뻑 젖는 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진흙에 넘어지면서 미꾸라지를 잡던 기억이 날 것이다.

◆초가을 살 오르고 영양 풍부

요즘은 양식 미꾸라지가 많아 제철이 따로 없지만 가을에 논이나 도랑에서 잡히던 미꾸라지는 강장효과가 뛰어나 대표적인 가을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 식품이 부족하던 옛 시절 농민들에게는 훌륭한 단백질 식품이었다.

미꾸라지는 늦은 가을 수온이 5~6℃ 이하가 되면 뻘 속 깊이 파고 들어가서 겨울을 지내기 때문에 초가을 즈음이 가장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추어탕은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 등을 많이 함유,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주고 고혈압과 동맥경화, 비만증 환자에게도 좋다고 알려져있다.

한방에서는 추어탕을 많은 문헌에 소개하고 있다. 본초강목에는 뱃속을 따뜻이 덥혀 주며 원기를 돋우고 술을 빨리 깨게 할 뿐 아니라 발기불능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하며 동의보감에는 미꾸라지의 맛이 달며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설사를 멈추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추어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문헌은 조선 선조 때(1850년경)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로 '추두부탕' 끓이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삶아 으깨거나 통째 넣거나…지방마다 다른 맛

미꾸라지는 물이 담긴 항아리에 넣고 하루에 3회 물을 바꾸어 주면서 5~6일 지나면 진흙을 다 토해낸다. 솥에다 두부 몇 모와 물을 넣고 미꾸라지 50~60마리를 넣어서 불을 때면 미꾸라지는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더 뜨거워지면 두부 속의 미꾸라지는 약이 바짝 오르면서 죽어간다. 이것을 참기름으로 지져 탕을 끓이는데, 이 탕은 경성의 관노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음식으로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이젠 지방마다 다른 방식으로 추어탕을 끓인다. 경상도는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어 풋배추, 토란대, 부추 등을 넣고 끓이다 파, 마늘, 고추, 방앗잎, 산초를 넣으며 전라도는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 끓이다가 된장, 파, 들깨즙을 넣어 끓이고 산초를 넣어 매운 맛을 낸다. 또 원주는 고추장으로 국물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서울지역은 미꾸라지를 으깨지 않고 삶아 두었다가 통째로 사골과 내장을 끓인 국물에 두부, 버섯 등을 넣고 끓이며 이름도 추어탕과 구별해 '추탕'이라고 부른다.

일교차가 큰 요즘 감기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추어탕 한 그릇 든든하게 먹으면서 여름내 허해진 몸보신(?)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대구 '상주식당' 추어탕

대구의 대표적 향토음식점으로 손꼽히는 상주식당은 지역에서 웬만하면 알 정도의 이름난 추어탕집이다. 추어탕 뚝배기 한그릇과 밥 한공기, 그리고 김치 두종류가 상차림의 전부다.

모녀가 2대로 이어가는 이 식당 주인 차상남(63)씨는 "50년 넘게 언제나 싱싱하고 기름진 자연산 논미꾸라지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논미꾸라지가 잡히지 않는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는 아예 식당문을 닫는다"고 말한다

이 같은 차씨의 고집은 채에 걸러낸 미꾸라지 진국에 사골로 국물을 우려낸 후 배추 우거지를 넣고 끓인 추어탕을 전통 간장만으로 간을 하면서 담백하고 은은하게 감치는 맛을 이끌어낸다. 요즘은 곱창을 쓰지 않고 사태살만을 푹 삶아 국물을 우려내는 것은 광우병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차씨는 국이 끓는 모습과 색깔만으로 맛을 읽어내고 지금도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긴 국자로 소금을 떠 간을 하지만 "실제로 맛은 보지 않고도 항상 꼭같은 간을 해낼 정도"라고 주위에서 귀띔한다. 차씨는 오랫동안 이어온 국물 맛을 지켜야한다면서 지금도 미꾸라지를 손질하는 등 처음부터 모든 일을 손수 해낸다.

임광규기자 kkang5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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