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가 내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구-삼성' 상생 전략에 본격 나섰다. 삼성상용차 퇴출 등으로 대구와 삼성의 관계가 냉각되는 바람에 호암 기념사업도 지지부진했으나 대구시에다 대구상의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 2월 12일 탄생 100주년 기념일 이전에 '이병철 동상 건립 사업'과 '호암로 조성 사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또 대구시 중구 인교동 옛 삼성상회 터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키로 했다. 삼성상회 터는 28세 청년이었던 이 회장이 1938년 청과물과 건어물, 국수를 팔며 사업을 시작한 삼성의 발상지다. 대구시와 대구상의가 모금을 통해 4억원의 사업비를 마련, 삼성그룹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시설 등을 두루 갖춰 관광자원화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호암오페라하우스로 개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동상은 1억원의 시비를 투입해 지역 작가에게 의뢰해 제작, 대구오페라하우스 야외공간에 세울 계획이다. 이 회장의 호를 딴 '호암로'는 삼성 측이 '달성로'(중구 달성네거리~남구 계명대네거리)를 원하고 있지만 이곳에 도시철도 3호선이 건설되는 등 여러 제약이 있어 북구 '제일모직로'(오페라하우스~홈플러스)를 '호암로'로 명칭 변경할 움직임이다.
대구시는 이 같은 뜻을 삼성 측에 전달해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시 김상훈 경제통상국장은 "지역을 상징하는 기업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야 한다는 상공인들의 제안에 따라 대구상의와 손을 잡고 기념사업을 시작한다"며 "삼성 측과 수차례 접촉한 결과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삼성상회 터 기념조성 사업은 부지 확보가 핵심이다. 삼성 소유인 부지(115m²)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민 중인 대구시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옛 삼성상회 터와 인접한 땅을 소유한 최영수 책임테크툴㈜ 대표가 83m²(25평)를 공원으로 조성토록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최 대표는 5일 "삼성이 1998년에 삼성상회 건물을 철거했는데 그때 '시가 나서서 복원에 앞장섰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이라도 기념사업을 한다니 다행이다"면서 "작은 땅이지만 필요하다면 기증하겠다"고 했다.
대가 없이 자신의 땅을 선뜻 내놓는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삼성과의 인연을 들었다. "1991년쯤이에요. 당시 인근에서 철물점을 하면서 건물에 세를 들어 있었는데, 주인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다른 곳을 찾아봐야 했지요. 3개월쯤 돌아다니던 차에 마침 삼성이 옛 삼성상회 터 옆에 있던 관사 부지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흥정 한번 안 하고 부르는 대로 값을 치렀지요."
최 대표는 이 땅을 산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으로 회사를 옮긴 이후 사업이 번창했기 때문이다. 1992년 180억원이던 연매출이 올해는 1천900억원으로 10배 이상 불었으며 70명이던 종업원 수도 300여명으로 늘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삼성상회 앞에 예전엔 개천이 흘렀다더군요. 풍수를 아는 사람은 하나같이 모든 부(富)가 흘러들어오는 명당자리라고 했어요."
최 대표는 "삼성은 지역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기업인데, 그동안 지역민들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기념 사업을 하고 나면 삼성의 기를 받아 대구 경제도 번창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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