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가 낳은 클래식 영파워들]석상근(바리톤·독일 뮌스터 국립극장 전속)<1>

10여차례 콩쿠르, 더 큰 무대로 한발 한발

(해외에서 활동중인 대구 출신 젊은 음악인들의 현지 생활을 매주 지면에 옮김니다. 대구가 낳았고 세계가 키운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현지 유학 생활의 이모 저모와 콩쿠르 도전기, 진로 관련 정보 등을 실을 예정입니다.)

저의 유학 생활은 도전의 기록이었습니다. 1999년 전국 성악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이탈리아로 갔으니 올해가 해외 생활 10년째입니다. 더 큰 무대에 대한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해왔습니다. 2000년 10월, 이탈리아 빼루지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의 공부가 정말 값졌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대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이탈리안적인 발성의 가치관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르침이 저를 더욱 더 깊은 성악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지 6개월 즈음에 처음으로 네뚜노(Nettuno) 국제성악콩쿠르에 참가했고, 뜻밖에도 첫 수상을 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좀 더 큰 도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로마로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로마에서는 성악 아카데미아에 다니면서 국제성악 콩쿠르에 도전해 실전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로마에서 가르침을 받게 된 음악코치 선생님이 마침 밀라노 시립음악학교에 계시다는 걸 알고 밀라노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밀라노 시립음악학교에서는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 머문 6년여간 10여차례의 콩쿠르에 도전하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고 극장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은사이신 이의춘 교수님의 권유대로 독일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독일에서의 유학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생활비가 바닥이 났고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귀국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님이 "이대로 한국에 돌아가면 모두 물거품"이라며 저를 잡아주셨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틴 지 3개월 만에 뮌스터 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채용됐으니 '고진감래'라고 해야 할까요.

정리'최병고기자

※글쓴이 석상근(35)은 영남대 성악과 출신으로, 이의춘 교수를 사사했으며, 이탈리아 Pietro Mascagni 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으며, 현재 독일 뮌스터 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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