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DIMF)을 통해 내년 '브로드웨이행 티켓'을 거머쥔 창작 뮤지컬 '스페셜 레터'가 서울 대학로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유례없는 공연계의 불황과 신인급 연기자들로 구성된 캐스팅, 초기 창작 뮤지컬의 발목을 잡는 낮은 인지도라는 제약을 보란 듯이 뛰어넘었다.
6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SM 아트홀' 소극장. 8월 중순부터 두 달째 공연 중인 '스페셜 레터'의 공연장은 평일임에도 230여 좌석의 80% 가량이 차 있었다. 서류 가방을 든 직장인들부터 커플로 보이는 대학생, 심지어 솔로 관객까지 층도 다양했다. 객석에 남자 관객이 많은 풍경도 신선했다.
제작사인 (주)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이사는 "현재 20여편의 소극장 뮤지컬이 공연 중인 대학로에서 '스페셜 레터'는 '김종욱 찾기', '싱글즈', '빨래' 등에 이어 5위 안에 드는 매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로의 관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30%나 급감한 사정에 비춰보면 창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이라고 말했다. '스페셜 레터'의 관객 스코어는 현재 1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동안 총 45회 공연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회당 평균 200명의 관객들이 꼬박꼬박 찾아온 것이다. 제작사 측은 연말이면 손익분기점(5억원)을 넘는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페셜 레터'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군대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갈굼'을 못 견딘 신병이 '은희'라는 여자 이름을 가진 자신의 친구를 고참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벌어지는 웃음이 출발점이다. 그 악명 높다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부터 '똥국', '군대스리가', '맛스타' 등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대사와 상황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로 이런 작품을 만든 연출자의 창의력이 놀랍다. 빼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흥겨운 노래와 춤은 극에 재미와 속도를 더한다. 올해 6월 딤프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고, 내년 뉴욕뮤지컬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화제작이다.
공연 내용은 딤프 때보다 한층 물이 올라 있었다. 코미디의 호흡은 대단히 빠르고, 객석의 폭소를 터뜨리고 마는 계산된 연출이 돋보였다. 두 시간 내내 정신없이 웃기다 가슴 찡하게 만드는 후반부는 바람 빠진 관객의 허파에 작은 포만감도 채워준다. 관객 중에는 "근래에 본 창작 뮤지컬 중 최고였다", "벌써 4번째 본다"는 '폐인'도 있었다. 조 대표는 "딤프를 통해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내년 뉴욕에서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막을 올리기 직전, '스페셜 레터'의 첫 장면은 한 출연자의 "우리, 뉴욕갑니다!"로 시작한다.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준다. 한편으론 대단하고, 배 아프다. 뮤지컬 도시를 표방한 대구가 앞으로 이런 창작품을 생산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대구는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까.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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