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결혼 예물문화가 변하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예산에 맞춰 금 함량을 낮추거나 간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시즌에 대목을 맞아야 할 예물시장은 다락같이 오른 금값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국제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금값이 사흘 연속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내 상품거래소(COMEX) 부문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온스당 11.70달러(1.1%) 오른 1,055.40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1,060.40달러까지 올라 최근 월물 기준 장중 및 마감 가격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가장 거래량이 많은 12월물 금선물 가격도 11.90달러(1.1%) 오른 1,056.5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1,062.70달러까지 치솟아 마감 및 장중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금선물 가격은 최근 5일 연속 상승하며 5.6% 올라섰다.
이 같은 금값의 고공행진은 미 달러화 약세 속에 최근 일부 산유국들이 달러 대신 금을 결제수단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은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안정으로 국내 금값은 안정
(사)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금 3.75g(1돈)이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2월 21일 24K가 21만6천원, 18K가 19만9천을 기록해 연중 최고치였다. 당일 원/달러 환율이 1,506원을 기록하는 등 고환율을 유지했었다. 금 24K 기준으로 1월에 16만원대를 기록하던 것이 2, 3월에 19만원대로 올랐다가 이후 17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금값이 사흘 연속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국내 금값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8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167원을 기록하는 등 요즘 들어 1,100원대로 안정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이용선 회장은 "최근 국제 금값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예물문화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금값도 3.75g에 17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예물문화도 바뀌고 있다. 24일 결혼식을 할 이준혁(32)씨는 예물을 간소화했다. 아내 될 사람에게 줄 커플링과 반지, 귀걸이 등의 세트를 구입하는 데 300여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자신도 커플링과 금목걸이를 받았다. 이씨는 "요즘 금값이 많이 올라 결혼 예물이 큰 부담이었다. 비용을 최대한 줄여 집 마련 비용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6월에 결혼한 조태화(26·여)씨도 "워낙 금값이 올라 예물을 위해 준비한 돈으로 부부가 심플한 커플링만 교환하고 나머지 돈은 전셋집 마련 비용에 보태 썼다"고 말했다. 조씨는 "주변에서 결혼하는 커플들 중에는 우리처럼 간단한 커플링만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보석상들은 울상
동아백화점의 한 보석상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만 해도 평균 400만∼500만원 정도 예물을 구매했지만 금값이 급등하자 요즘은 평균 200만∼300만원 정도 구매하는 등 구매단가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내 '준 보석' 관계자는 "결혼예물이 양극화돼 가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에 금값까지 많이 오르자 혼수 예물을 대폭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혼수 예물로 다이아몬드, 진주, 금을 세트로 해서 500만~2천만원 정도 지출했는데 요즘에는 다이아몬드만 하거나 다이아몬드에 큐빅 세트 하나 정도만 더 해 200만~500만원 선에서 예물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또 "장롱에 있게 될 비싸고 화려한 예물 대신 평상시에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저가의 귀고리, 목걸이, 반지 등을 혼수 예물로 장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대구시지회 황무웅 사무국장은 "불과 3, 4년 사이 금값이 3배 정도 뛰면서 예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예전처럼 예물을 몇 세트씩 구입하는 사람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40여만원 정도를 들여 18K 2.5∼3돈 정도 커플링만 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시장에선 화이트 골드같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예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액세서리도 은 같은 준보석류로 대체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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