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멋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로 자식 키우기는 제일 먼저 꼽힌다. 잠자고 일어나 밥 먹기부터, 공부하고 노는 일까지 죄다 양에 차지 않고 부족한 게 자식이다. 남의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보일지라도 내 눈에는 뭔가 빠진 게 제 자식이다. 자식 공부 거들다간 성내기가 일쑤고 아침이면 집집마다 '일어나라' '머리 그만 만져라' '빨리 해라'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도 왜 그런 걸 보는지 알 수 없고 입고 따라하는 차림새도 유치하고 마뜩잖다. 애들이란 원래 그렇다고 마음을 달래보지만 안타깝고 허전하다. 모든 것을 걸고 바치는 내 아이의 부족함에 엄마들은 우울하다. 아이들은 그들대로 불만이 크다. 있지도 않은 슈퍼맨 엄친아를 불러와 기를 죽이는 엄마가 밉고 야속하다. 자식 키우기는 엄마와 아이들의 힘겨루기 게임인지도 모른다.

보편적 가치로 여기는 진선미 중에서 특히 미적 관념이 사람들의 행동을 좌우한다고 한다. 멋있고 아름답게 보이는 대상이 모방의 충동과 유혹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모와 자식의 힘겨루기는 서로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미적 대상이 서로 다른 데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멋진 몸짓과 치장을 흉내 내려는 마음의 흐름이 유행이다. 그러나 유행은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다. 아름답고 멋있다고 여기는 눈과 마음이 변화무상한 탓이다.

정치행위에 있어 미적 관념은 두드러진다. 정치인 개인의 성공은 물론 정책의 성패도 일단 멋에 좌우된다. 이왕이면 '멋쟁이'를 지도자로 뽑으려 하고 멋진 한마디 말에 환호한다. 유명세를 타는 인기인들은 선거철이면 언제나 영입 대상 영순위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음에 지지는 금방 외면으로 바뀌기도 한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아쉬움 못잖게 정치인들도 유권자의 엄친아에 시달린다. 열심히 하는데도 알아주지 않는 유권자들이 야속하다. 다시 국정감사 철이다. 정부의 정책을 두고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각종 자료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의원들의 공방에 국민들은 감흥이 없다. 국회의원들이야 밤잠을 마다하고 일한다지만 바라보는 유권자에게는 정치 현장의 모습들이 멋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출 멋쟁이는 어디쯤 있을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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