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EBS 세계의 명화 '스트레이트 스토리' 10일 오후 11시

1944년 미국 아이오와주의 로렌스. 일흔 살이 넘은 노년의 앨빈 스트레이트(리차드 판스워스)는 언어 장애가 있는 딸 로즈(씨시 스페이식)와 단둘이 한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빈집에 혼자 있던 앨빈은 갑자기 마루에 쓰러지게 되고, 이웃들이 몰려와 병원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렇게 정신력으로 버티던 앨빈에게 형(해리 딘 스탠튼)이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전화가 온다. 그동안 형과의 불미스런 오해로 인해 연락을 끊고 지냈던 앨빈은 위독한 형을 만나기 위해 위스콘신주로 홀로 떠난다. 로즈도 만류하고 주변 친구들도 하나같이 걱정하지만 막무가내다. 더구나 운전면허도 없는 그는 낡은 잔디깎이 기계를 개조해 마치 캠핑카처럼 만든 트랙터를 타고 떠난다. 형이 죽기 전에 오해를 풀고자 하는 앨빈은 언제 끝날지 모를 여정을 시작하고, 도중 만난 사람들과 인생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스트레이트 스토리'(1999년 작)는 이미 죽음을 예감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자신보다 더한 병으로 고통받는 형을 찾아 300마일의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감동적인 로드 무비다. 그가 여정 속에 만나는 미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한 사람들이고, 그들로부터 그는 잊고 지내던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고집 센 황혼의 주인공이 기나긴 인생에서 얻는 깨달음이 그 6주간의 여행 속에 압축돼 있다.

단체관광 중인 노인들, 임신한 10대 가출 소녀, 자원봉사 소방관, 잔디깎이 트랙터가 고장 나 수리를 받는 동안 숙식을 제공해준 친절한 부부까지 그는 사람들의 따스한 환대를 받으며 여행을 계속한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 느린 트랙터 여행을 떠났던 그는 드디어 형을 만나게 된다. 바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찬찬히 옛이야기를 끄집어낸다.

60년 연기 생활 중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는 리차드 판스워스의 고단한 표정과 사람 좋은 웃음 속에 '스트레이트 스토리'의 모든 주제가 녹아 있다. 제목 그 자체가 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은 컬트 무비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 잔잔한 가운데 린치 특유의 색채가 드러난다. 고속도로에서 계속 사슴을 치는 여자와 만나는 에피소드, 엔진을 고치기보다 자기들끼리 실랑이하는 데 더 시간을 끄는 쌍둥이 정비공의 모습은 마치 이전 린치 영화 속에서 나온 인물들 같아 보여 반갑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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