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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참회록」/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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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 위에 올라앉아

罪를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罪는 없고

망루와 나만

하늘 아래 오똑했다.

땅으로 내려와 罪를 짓고

망루의 하늘에 올라가

罪를 뉘우쳤다.

깜깜한 밤

깊은 목숨의 하늘에

내 罪는 한 줄 한 줄

별무리져 속을 훑었다.

번역시를 읽는 묘한 느낌이다. 이승욱은 경북 청도 출신의 시인이다. 대구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네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그가 시집 『늙은 퇴폐』(민음사) 를 보내왔을 때, 나는 그의 변신을 가능하게 했던 삶의 질을 생각했다. 독일 북부의 우울한 날씨처럼 시는 죄와 죄의 안팎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두운 도시 한 구석 한 사내가 망루에 올라가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먼저 고백하고 있다. 그게 죄인지 아닌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두꺼운 목판화의 굵은 선처럼 사내는 다시 일상을 시작하지만, 생의 가운데서 물밀 듯 오는 회의! 매일 망루에 올라가서 자신을 번뇌하는 한 사내의 철저한 회의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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