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은 유감(遺憾)을 '마땅치 않아 섭섭한 마음' '마음에 남아 있는 섭섭하고 속상한 느낌' '언짢은 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유감스럽다'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러운 느낌이 남아 있는 듯하다'의 뜻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까지 잘나갔던 우리 집안이 갑자기 몰락한 이 상황이 '유감스럽다'일 때 쓰인다.
물론 자기가 직접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 본인이 사과해야 할 경우에 쓰이기도 한다. 반대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으니 우리말의 다양한 쓰임새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표현에서는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외교부장관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할 때는 '항의'의 의미를 내포한다.
14일 열린 임진강 수해 방지 남북실무회담에서 북한이 '임진강 사고'로 남측에서 뜻하지 않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은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긴급히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것을 북한이 사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북한은 잘못을 인정하는 분명한 우리말 '미안' '사과' '죄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잘못이 불분명하고 해석에 따라 의미가 아리송한 유감 표명에 그쳤다. 가능하면 한글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보여온 정권이 북한이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이렇게 표현해야 했다. "불가피한 피해 예방 차원이었다고는 해도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해 죄송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는 (방류 때) 남한 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겠다." 또 불가피한 피해 예방 차원이 무엇이었는지 근거를 제시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애매한 유감만 표현한 것은 국면 전환을 위한 면피용이다.
유감 표명에 북한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는 다음날 바로 증명됐다. 북한 해군사령부 명의로 우리 해군 함정이 북측 영해를 지속적으로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 임진강 참사 유감 표명 하루 만에 억지 주장을 한 것은 전날의 유감 표명이 위선임을 입증해 준다. 이를 애써 무시하고 유감 표명에 감사해 하는 정부 모습을 보면서 매번 일을 저지른 뒤 유감 표명하고서 챙길 건 다 챙기는 북한 정권이 우리 정부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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