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감백신 맞으려다 신종플루에 걸릴판

예방접종 노인들 몰려 수시간 1㎞ 줄서기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일제히 실시됐다. 19일 오전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신천둔치 인근까지 약 1㎞에 이르는 골목길에 접종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일제히 실시됐다. 19일 오전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신천둔치 인근까지 약 1㎞에 이르는 골목길에 접종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독감 백신 접종 첫날인 19일 오전 7시 대구 북구보건소. 수천명의 노인들이 접종을 받기 위해 500m 이상 줄을 서 있었다. 김모(72·여)씨는 "오전 5시부터 접종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말했다. 보건소 측은 오전 9시부터 접종을 하려고 했지만 노인들이 일찌감치 몰림에 따라 두 시간 앞당겨 오전 7시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그래도 밀려드는 접종자들 때문에 대기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길어지기만 했다.

노인들이 계절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보건소로 한꺼번에 몰린 데다 백신 부족과 운영 미숙 탓으로 접종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접종 첫날 대구 8개 구·군보건소 일대는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노인들이 오전 내내 1㎞ 가까이 줄을 서는 등 혼란을 빚었다. 신종플루 감염 우려에 독감 백신 부족이 알려지면서 서둘러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노인들이 보건소 문을 열기 전부터 몰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동별로 접종을 실시했던 일부 구청이 올해는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만 접종하도록 바꿔 노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모(68)씨는 "접종 장소가 줄어드는 바람에 2시간 이상 기다려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앉을 곳 없이 한참 줄을 서 있다 보니 허리와 다리 등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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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측의 운영 미숙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됐다. 보건당국은 당초 혼란 방지와 안전 접종을 위해 동별 접종일자를 지정하고 번호표를 배부해 시간 단축과 보호대기 공간 확보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막상 이날 오전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접종 장소가 좁아 대부분의 노인들이 밖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차례를 기다려야 했고, 신종플루 고위험군인 노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섰지만 발열체크는 접종 차례가 돼서야 가능했다. 독감 백신을 맞으러 왔다가 감기나 신종플루에 걸릴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독감 백신 접종 후 전국에서 5명의 노인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진 이유가 접종방식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접종 후 20분간 앉아서 안정을 취하게 돼 있지만 장소가 좁아 접종 후 곧바로 밖으로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보건소 측은 "너무 많은 접종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접종자 모두가 안정을 취할 곳이 부족해 이상 징후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앉아서 쉬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접종일 이전에 대상자를 선별한 뒤 시간대별 접종을 유도하거나 병·의원 접종 후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동영상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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