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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상하이에서 느낀 대구경북의 힘

▲장창관
▲장창관

살면서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외국 생활. 상하이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 상하이에는 약 6만여명의 한국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교민사회에는 대구경북 출신들도 꽤 많다. 특히 한국보다 넓은 상하이와 그 주변 도시인 항주, 소주 등 화동지역(상하이와 강소성, 절강성을 화동 지역이라 함)에 섬유산업이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날 최상의 옷감인 비단의 본고장 중국에서 현재 한국 제품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통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섬유하면 곧 대구경북임을 인식하게 된다. 최근 중국 의류 유통회사들이 한국 기술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보다 한국에서 생산한 원단으로 한국에서 봉제하여,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오리지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원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힘 그 첫 번째가 우리의 섬유 기술이 중국의 섬유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의 힘이다. 상하이하면 아시아의 금융 중심을 넘어 세계의 금융 중심을 넘보고 있는 도시이다. 세계 1위 은행으로 올라 선 중국 공상은행이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많은 대형 은행들이 허가가 까다로운 중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전국망을 가진 외환, 산업은행 등 8개의 일반은행과 국책은행이 상하이에 대표처를 열었거나 영업을 하고 있는데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대구경북 대표은행인 대구은행이 진출해 영업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 중심을 향하고 있는 상하이에서 조만간 대구은행 통장을 사용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세 번째는 대구경북의 문화이다. 상하이에는 크든 작든 세계적인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도시이다. 한국의 공연·전시는 주로 서울 중심으로 올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대구경북의 공연,전시가 상하이 무대에 자주 올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가 상하이에 온 2005년 이후의 이야기다. 대구에서 창작되고, 2008 대한민국 뮤지컬 대상의 창작상을 받은 '만화방 미숙이'가 상하이와 쑤조우(蘇州), 우시(无錫)의 무대에 올려져 호평 받았고, 대구시립극단 작품이 2005년부터 매년 상하이와 화동지역 무대에 올려져 대구가 지향하는 문화의 도시에 걸맞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또한 상하이의 M50(갤러리와 미술가들의 창작공간)에 지금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대구 출신의 이도현이라는 여류 작가가 상하이를 색칠하고 있다. 종교 부문에서도 중국 전역의 한인성당 대부분이 대구대교구 소속이라고 한다. 이런 대구경북이 좀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세계의 문화를 주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전 대구예술대 방송연예과 교수·상하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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