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를 방문해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 속에는 고대 이집트의 지리, 역사, 문화 등에 관한 모든 것이 나일강에서 기원하고 출발하고 있음을 압축하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매년 주기적으로 범람하고 후퇴하는 나일강의 규칙성과 반복성을 경험하면서 이를 토대로 이집트의 세계관과 역사관을 형성했다.
인류문명의 젖줄인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은 터키 남동부 토로스 산맥에서 발원한다. 이 두 강이 흐르고 흘러 시리아와 이라크땅을 적시고 걸프해로 흘러들어간다. 이라크 남부지대를 메소포타미아라 부르고 이곳에서 수메르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이 발생했다. 강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살고 역사상 찬란한 족적을 남긴 수많은 오리엔트 문명을 일구었다.
두 강이 발원하는 터키는 1976년부터 GAP프로젝트라는 거대한 국토개발계획을 추진, 두 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은 전혀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5천 년간 쉴 새 없이 흘러왔던 문명과 삶의 메시지 통로는 더러 막히고, 더러는 잠기고, 더러는 새 길을 찾으면서 21세기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경북 삶의 젖줄이자 터전 낙동강이 21세기에 주목받고 있다. 가야와 찬란한 신라문화, 유교문화가 꽃피웠던 낙동강 700리는 1천여 년간 대구경북민과 거리를 두어왔다.
상류는 가뭄, 하류는 홍수로 점철된 낙동강. 고대에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이었지만 지난 1천여 년간 대구경북민과 멀어져 있었다.
죽어가던 낙동강이 21세기에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그 단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낙동강 권역 순 공사비는 11조 원, 전체 4대강 살리기 건설비의 60%에 이른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구간별 공사업체 계약이 이달 중으로 끝나고 다음달부터 공사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낙동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2012년까지 하상 정비와 준설 등을 비롯한 토목공사가 중심이다.
문제는 기반공사만으로 낙동강이 삶이 있고, 생명이 있고, 문화가 넘치는 강으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경북민, 나아가 우리 나라, 세계인과 호흡할 수 있는 강으로 만들기 위해선 기반공사 이후의 포스트 낙동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낙동강을 시도민과 세계인들을 이어주는 포스트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강에 문화가 접목돼야 한다. 문화가 접목돼야만 관광으로 이어지고 녹색성장의 효과도 시도민이 체험할 수 있다.
지역에는 찬란한 문화유산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역을 방문, 경북에는 엄청난 생태'문화자원을 갖고 있는데 다른 지역보다 활용을 잘하지 못하고 마스터플랜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은 적이 있다.
낙동강에 낀 샛강을 개발하고, 낙동강변에는 생명과 환경,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태마을(로하스빌)을 시범적으로 꾸며 보자. 이것은 제2의 새마을운동이 될 수도 있다.
또 지역이 강점을 가진 첨단IT 기술을 접목, 수질'수계 관리는 물론 지형'지질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리버(smart river) 를 조성,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
경북도가 마침 생태'문화'관광기반 조성을 위해 혼신을 쏟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우선순위도 잘 선택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낙동강의 선물'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게끔 삶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멋진 낙동강을 가꾸는 계획을 진정 고민할 때다.
낙동강이 시도민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낙동강 없이는 우리의 삶이 무미건조할 정도로 멋진 낙동강을 꾸며보자.
이춘수 사회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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