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례문화는 아직도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토장 관습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문젯거리다. 국토는 한정되어 있는데 산마다 산소를 쓰기 때문에 임야관리는 물론이고 이대로 두면 100년도 못가서 쓸만한 산은 몽땅 묘소가 차지하여 산 사람이 쓰는 땅보다 죽은 사람이 차지하는 땅이 더 많아질 거라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조금씩 화장이 늘긴 하지만, 국가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매스미디어나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절실히 느끼기는 하나, 아무도 이의 개선을 위한 강력한 주장이나 대책을 세우는 이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럼 당신은 그렇게 하나?' 라고 하는 말을 들을 것이 두렵고, 실제로 높은 사람부터 자신의 오늘날의 성공은 '조상님의 덕'이라고 믿어, 출세를 하면 할수록 더욱더 산소를 더 잘 가꾸고 돌보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천황가 이외에는 토장이 없고 몽땅 화장을 한다. 이것도 명치유신 때 바꾼 습관으로 지금은 일본의 어느 고관대작이라 할지라도 예외없이 모두 화장을 한다. 벚꽃이 지는 듯이 산뜻한 장례문화다.
장례 문화도 들여다 보면 한국과 일본은 판이하게 다르다. 일본의 장례식은 대개가 불교식으로, 식전에는 반드시 검은 예복을 입어야 하며, 부조는 과해서는 절대 안 되고, 반드시 헌돈으로 준비해야 한다. 만일 새돈으로 부조하거나 거액을 하면 '잘 죽었다'는 축하표시가 된다는데, 나는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일본인들은 태어날 때는 신사에 가서 일생의 행복을 신에게 기원하고, 결혼할 때는 호텔 안에 있는 교회에 가서 신부님께 서약하고, 죽으면 스님을 불러 극락정토에 가도록 염불하는, 이런 분리의 신앙은 정말 '일본인다운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참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지금도 우리 조상에 대한 제사를 몇대까지 지내고 또 언제까지 지내야 하는가를 잘 모른다. 내가 3남인 탓도 있겠지만, 집안마다 풍속이 다르고 제사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정식인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일본은 죽은 첫해는 49재, 100일재를 지내고, 1주기, 2주기, 3주기를 지낸 다음에는 7년, 13년, 17년, 23년, 25년, 27년, 33년의 기일에 제사하고, 마지막 50년을 끝으로 성불이 되었다고 하면서 납골당 안의 재까지 몽땅 꺼내서 주변에 뿌려 완전히 없앤다.
그렇게 하여 다음 사람이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납골당 하나만 있으면 가족이 대대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가 있다. 이런 장례문화는 국토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우리도 한 번 범국민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어떨까?
경일대 총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