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교통사고 피해자가 오히려 사고처리 도와

수성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승용차를 몰고 우회전하다 자전거와 부딪쳤다. 자전거 핸들이 차에 깔려 있고 한 사람이 옆으로 누워 있다. 앞이 캄캄해져 어쩔 줄을 모르는데 오 고마워라 그가 실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한쪽 팔꿈치를 감싸쥐고 일어선다. 청년이다.

일단 병원부터 가 보기로 합의하고 차에 오르려는데 이런, 이번에는 차문이 잠겨 있다. 열쇠를 꽂아둔 채 내리면서 창문의 잠금장치를 눌러 버린 모양이다. 더욱 당황한 내가 한 짓은 피해 청년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 것이다.

"우리, 어떡하지요?"

고맙게도 청년이 미소를 보내준다. 집 열쇠를 가진 아들이 초등학교에 있으니 그 애에게 들렀다가 집으로 가서 비상 열쇠를 가지고 온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어디를 어떻게 다친 것인지도 모르는 청년을 그 시간 동안 길거리에 세워둬야 한다. 청년은 이번에도 기꺼이 이해를 해 줬다.

내가 다시 현장으로 갔을 때는 청년의 어머니가 와 있었다. 그녀는 이런 일의 처리 절차를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녀의 지시대로 보험회사에 연락을 취하고 역시 그녀가 지정해 준 병원으로 갔다. 어쩌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내가 정작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은 사건의 경위나 일 처리의 순서가 아니라 바로 김선호라는 청년이다.

내가 듣기로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가벼운 피해라 하더라도 넘어졌을 때는 무조건 금세 일어나지도 말고 병원 입원은 필수라고 알고 있는데 김선호씨는 상식 밖의 피해자였다. 그는 자기 어머니의 차로 현장을 떠나면서 창문을 내려서까지 나를 위로했다.

"그리 큰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너무 염려 마시고 볼일을 보십시오."

나중에 들으니 교통사고 후유증은 무서운 거라며 입원을 종용하는 친인척들에게 의사의 판단과 자기 자신이 느끼는 몸의 기분을 바탕으로 오히려 그들을 설득하더란다. 그는 대학 3학년 재학 중 휴학한 공익근무요원이다. 그의 사건 대처 능력과 올곧은 주관, 그리고 따뜻한 심성이 인상 깊어 그를 사회에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썼다.

인터넷 투고(gbn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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