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원이 엄마'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 작품입니다. 나는 러시아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3년 동안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 대해 잘 이해하는 '한국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이 엄마'를 보면서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우리 러시아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하나가 '운명'입니다. '여늬'가 팔목수라의 능소화를 훔쳐 세상에 왔다는 설정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그것도 양반집에서 부모님의 말씀과 운명을 거역하고 사랑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놀라움은 '오페라' 자체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한국어로 노래하는 오페라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페라는 서양문화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작품이 서양의 역사와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 전통의 무대와 음악, 한국의 이야기 그리고 한글로 만들어진 오페라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이, 서양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임에도 왠지 모르게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놀라웠습니다. 서양 악기로 한국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음악이라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큰 놀라움은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상여가 등장하고, 원이 엄마의 편지가 화면에 한 줄씩 그려질 때입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애틋하게 이어지는 상여꾼의 노랫가락은 진짜 감동적이었습니다. 가슴이 찡하게 아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죽음을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뭔가로 승화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원이 엄마'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은 큰 행운입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오페라 관람 기회를 마련해준 경북대학교에 감사드립니다.
글·모로조바 올가(러시아·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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