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많은 선들이 만나 이뤄낸 이미지들

작가 윤응 세번째 개인전, 내달 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작가 윤응(56)의 세 번째 개인전이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열린다. 나이에 비해 개인전 경력은 너무 짧다. 작가 이름도 낯설다. 원래 이름은 윤기원.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한때 아동미술에 심취했던 그는 이제 원없이 자기만의 작업에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선, 얽힘과 풀림'을 준비하며 이름도 바꾸었다. 전시 제목처럼 작가는 선(線)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미술의 기본도 선이고, 사람 관계의 기본도 선이며, 선들의 만남을 통해 이미지와 의미가 완성된다.

작업실에서 만난 윤응은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넓은 붓으로 면을 채워넣으면 될 것을 가는 선을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해 긋고 긁어냄으로써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 어떤 그림을 그릴 지 대충의 윤곽은 잡혀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그대로 그려내면 재미가 없잖아요. 지속적인 선 긋기과 긁어내기를 통해 저도 알 수 없는 우연과 필연의 과정이 그림 속에 나타납니다. 그게 재미있잖습니까." 무의미해 보이는 선들의 반복은 이미지를 낳고, 그 이미지는 단지 색을 채워넣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한다. 마치 캔버스를 뚫고 나올 것 같은 에너지다. '개가 짓는다'는 의미의 '폐'(吠)라는 작품을 보자. 굳이 개의 윤곽이 뚜렷히 드러나지 않아도 관객들은 네 발을 곧추 세운 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이 짖어대는 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울부짖음이자 소외와 차별, 무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남대문 화제를 모티브로 한 '무력한 풍경'에선 화염에 휩싸인 지붕 위 십이지신상을 묘사하고 있다. 농담과 위트를 즐기는 성격과 달리 그의 작품은 무겁다. "가벼운 주제를 다루려고 했는데 그릴 내용이 별로 없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환경, 소외, 불완전한 소통 등은 많은 이야기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뿐 아니라 나무를 쪼아서 만든 작품과 철사를 이용한 조형작품도 선보인다. 신진(?) 작가 윤응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053)666-3266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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