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벌어진 황금사전 선발대회에서 최고상인 으뜸상을 수상한 박세은(16·천내중 3년·사진)양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말 달인'이다. 올들어서만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 선생 추모 백일장 장원, 2·28 대구민주운동 글짓기 공모대회 은상, 대구시 통일 글짓기 대회 산문부 장려상 등 우리말 능력을 평가하는 각종 대회에 참가해 상을 휩쓸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서 특별히 공부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응모관련 첨부파일을 읽어본 것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박양이 중학생들의 어휘력과 국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국립국어원이 전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은 남다른 '우리말 사랑' 덕분이다.
"국어는 독창성과 과학성, 편리성 등에서 세계 최고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부심 때문인지 생활 속에서 일본말 섞인 것, 외래어, 맞춤법 잘못된 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계속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곤 합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자연스레 우리말을 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말 사랑은 그대로 책사랑으로 이어졌다. 고교 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자투리 시간을 내서라도 하루에 꼭 한 권씩 책을 읽는다. 입학 때부터 줄곧 책 읽는 습관을 들이다보니 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책 중 박양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책이 없을 정도다.
"학교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독서 훈련 덕분에 문제의 뜻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양은 "언어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떤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며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다 보니 다양한 배경지식을 폭넓게 쌓을 수 있고 사물에 대한 이해와 주장이 명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박양은 친구들에게 '한국 현대 문학전집'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어휘가 풍부하고 표현이 세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의 지문으로도 자주 등장해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TV, 인터넷, 영어범람 등으로 많은 친구들이 책읽기를 소홀히 하고 우리말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쓸 수 있어야 당당한 한국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