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열대 확산, 사과·복숭아·포도 주산지 北上

지구온난화 따라 농어업 생산양태 크게 변화

지구온난화에 따라 농어업 생산양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을 경우 자칫 농어업 생산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과, 복숭아, 포도 등 농산물 재배면적과 주산지가 크게 바뀌고, 오징어, 고등어, 명태, 도루묵 등 지역별 수산물 생산어종과 어획량도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변화상을 나타내고 있다.

◆뜨거워지는 한반도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반도는 지구 평균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가뭄, 사막화, 해빙 및 해수면 상승을 이끌고 있다. UN 기후변화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90년 뒤인 2100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6.4℃로, 해수면이 59㎝ 상승하고 빙하가 소멸하면서 동식물 40%가 멸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4℃ 올랐는데, 한반도는 이보다 2배가량인 1.5℃나 상승했다. 1920년대 우리나라는 평균기온이 12.1℃였는데 2000년대 들어서 13.7℃로 크게 올랐다. 온대기후이던 우리나라가 현재 경남과 전남 남부를 중심으로 아열대기후대로 바뀌었고, 2100년에는 한반도 중서부지역까지 아열대기후대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바뀌는 농산물 주산지와 재배면적

쌀보리의 주산지가 전남에서 전북으로 점차 북상하고 있다. 내한성(耐寒性)이 약해 주로 남부지방에 재배되던 쌀보리 재배 가능지역이 충북, 강원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사과는 경북 영천(2008년 재배면적 835ha)에서 강원도 영월(72ha)과 양구(40ha)로 주산지가 옮겨가고 있다. 온대과일인 사과는 아열대기후대가 확산되면서 전체 재배면적은 크게 줄었다. 전국적으로 90년 4만8천ha에서 92년 5만2천ha로 정점을 보이다 2007년 2만9천ha(경북 1만9천ha)로 감소했다.

최적 생육조건이 연평균 11~15℃인 복숭아는 기온 상승으로 재배면적이 늘고, 주산지는 경북에서 충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체 재배면적은 96년 1만ha에서 2005년 1만5천ha(경북 5천ha)로 늘었다. 주산지는 청도(2008년 936ha)에서 충북 음성(706ha)과 강원 춘천(240ha)으로 북상 중이다.

포도 역시 주산지는 김천(2008년 2천36ha)이지만, 강원도 영월(2008년 96ha) 등지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 재배면적은 97년 1만2천500ha에서 2006년 8천400ha로 감소한 반면 강원도는 같은 기간 96ha에서 205ha로 증가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감귤은 2002년 이후 전남(2005년 74ha), 경남 등으로 재배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 한라봉도 전남 나주, 고흥으로 주산지가 이동하고 있다.

녹차는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에서 강원 고성으로, 인삼은 영주와 충남 금산에서 강원도 횡성과 홍천으로 각각 주산지가 이동하는 추세다. 가을 감자도 90년대 중반부터 전남보다 전북지역 재배면적이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강원도까지 재배지가 확대되고 있다.

◆급변하는 수산물 어획량

기후변화는 어류의 서식지와 어획량에도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동해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수온 상승으로 서해에서도 어획량이 늘고 있다.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18만6천t 규모인데, 이 중 충남 서해안에서도 연간 7천~8천t씩 잡히고 있다.

대표적 온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의 어획량은 증가 추세다. 15~19℃에서 주로 서식하는 고등어는 수온 상승으로 2000년 15만t에서 2008년 18만7천t으로 해마다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고, 멸치도 같은 기간 20만1천t에서 26만2천t으로 증가했다. 멸치를 먹이로 하는 삼치와 다랑어 어획량도 증가 추세다.

반면 대표적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90년대 초반까지 어획량이 연간 2만~3만t이었으나 90년대 중반부터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해 현재 어획량이 미미하고, 같은 냉수성 어종인 도루묵은 80년대까지 어획량이 1만t 이상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매년 평균 3천t 내외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다.

◆농어업생산체계 대응

기후 온난화에 따른 농어업 생산양태가 크게 변하면서 농어업 생산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농어업 생산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 전문가들은 온난화에 따른 농어업 생산양태 변화에 맞춰 ▷재배 및 어획 품목 전환 ▷신품종 재배기술 개발 ▷농어업 생산양태 변화추이 점검 및 대응체계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상북도 FTA농축산대책과 권오현씨는 "기후변화에 따른 적정 재배품목과 재배지를 반영하지 못할 경우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환경변화에 대응한 품목과 친환경농업에 적합한 품목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장희 경북도 농업기술원장은 "망고, 키위, 유자 등 고온성 작물 재배적지 확대, 오이, 파프리카, 인삼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재배기술 개발 등 온난화에 대응한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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