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1) 감독이 이달 초 이집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8강 신화를 이뤄낸 밑바탕에는 상호 존중 리더십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무명의 선수들은 그의 그림자만 봐도 벌벌 떨었지만 그는 선수들을 안아주고, 다독였고, 거기다 반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감독 앞에서 선수들은 더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존중과 배려가 일을 한판 크게 벌인 사례다.
안철수연구소 대표를 지낸 안철수(47) 카이스트 석좌교수도 아랫사람을 존중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직장이나 사석에서 아랫사람들에게 절대 말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부부싸움 때도 존댓말을 쓴단다. 그는 장교로 군 복무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대표적인 상명하복 조직이 군대이긴 하지만 나이 어린 사병이라고 해도 함부로 말을 놓기가 민망했다는 것. 사실 병사들 사이에선 2, 3개월만 빨리 입대해도 신참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그런 곳에서 후배 장교는 물론이요, 사병들에게도 말을 놓지 않았으니 주위의 눈총이 심했을 수밖에. 하지만 안 교수는 아랫사람에게 말을 높인다고 해서 통솔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고 진단했다.
군내에서 덕장으로 알려진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정두근(57) 육군중장이 최근 '장군의 상호 존중과 배려'라는 책을 펴냈다. '상호 존중하는 언어 사용' '정감 어린 인사말 나누기' '올바른 예절 생활화'를 과제로 병영문화를 추진하면 선진국가로 가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
그는 책을 내기 전 사단장, 육군훈련소장, 군단장으로 지휘관 생활을 하는 동안 상호 존중과 배려를 몸소 실천했다. 물론 반대가 심했다. "정두근 장군이 군대를 망치려 한다" "인기에 영합하여 쇼한다"는 장군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심지어 부하들도 "사단장님 의도는 좋은데 안 될 것입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설득을 거듭하면서 상호 존중 문화를 정착시켜 나갔다. 옳은 길이라 판단하고 실천을 했더니 군대가 몰라보게 달라지더란다. 자살이나 탈영, 구타 등의 사고가 상호 존중과 배려 운동이 자리 잡은 곳에선 전혀 없었으며 군 기강 및 전투력도 향상됐다고 했다. 사기도 높아졌다. 상호 존중하는 문화 정착을 바라는 3성 장군의 꿈이 실현되는 군대, 나아가 우리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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