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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짜리 단편영화가 '사고 쳤다'…대구대 신방과 4인방 도전기

올 상록수 영화제서 최우수상 영예

제3회 상록수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왼쪽부터)김동수·안단비·김 헌·최환진.
제3회 상록수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왼쪽부터)김동수·안단비·김 헌·최환진.

불경기에 재밌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취직도 잘 안되고, 그렇다고 어디 유수 언론사 기자나 PD가 된다는 일도 결코 쉽지는 않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번듯한 언론사에 자리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렇다고 젊음이 움츠리고 있어야 하느냐. 절대 '노(NO)'. 도전하는 청년이 아름답고 도전 속에 크고 작은 성취감과 쓰라린 실패감도 맛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생 4명의 도전이 더 아름답다. 김헌(23), 김동수(24), 최환진(19), 안단비(19·여). 넷은 이번에 단돈 5만원의 제작비로 '우리 할매'라는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어 이달 12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제3회 상록수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100만원. 20배 남는 장사를 했다. 이 돈은 또 다음 영화(남자 장애우와 남자간 동생애) 제작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음 작품은 남자 장애우 캐스팅이 난제인데 이미 섭외중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극본, 감독, 배우, 소품, 촬영 등은 모두 나눠서 맡기로 했다.

이번 수상작 '우리 할매'는 김헌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돼, 실제 김씨의 친할머니가 등장해 손자와의 애틋한 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손자가 할머니 등을 밀어주는 목욕탕 신까지 영상에 담아냈다. 촬영을 담당한 김동수씨가 나서 포항의 한적한 목욕탕까지 협찬을 얻어냈다. 물론 '우리 할매'의 주인공 둘도 무보수로 촬영에 임했다. 이 단편영화는 아마도 '워낭소리'처럼 할머니와 친손자의 사랑을 투박하게 그대로 담아내 호평을 얻어낸 것.

할머니는 투혼을 발휘했다. 목욕탕에서 촬영을 할 때는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손자가 하는 도전에 기꺼운 맘으로 협조해줘 이번 수상의 1등 공신이 됐다.

제작비 5만원의 사용처가 궁금했다. 이 학생들은 골동품 가게에서 빌린 옛날 라디오(1만원), 검은색 고리를 돌리는 옛 전화기(1만원) 그리고 아껴가며 먹은 간식비 3만원이 돈의 사용내역라고 설명했다.

이들 네 명의 도전에는 서울에서 대구로 강의를 하기 위해 내려온 이상우 독립영화 감독이 크게 도움을 줬으며, 수상을 하기까지에도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한편 이 단편영화 '우리 할매'는 11월 1일(일요일) 대구 미디어센터 '씨알'에서 열리는 제10회 대구 단편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이들 4명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네 학생의 도전이 쭉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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