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동부교육청 문학영재반 조각가 이상헌씨의 전시회 찾아

구동부교육청 문학영재반 학생들과 조각가 이상헌씨가 만남을 가졌다.
구동부교육청 문학영재반 학생들과 조각가 이상헌씨가 만남을 가졌다.

"미술품을 감상하고 그 감상을 글로 남기고 싶어 오셨다고요? 그럼 절 따라 안으로 들어오세요." 조각가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열명 남짓한 초등학생들이 전시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달 4일 오후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 스페이스. 대구동부교육청 소속 문학영재반 학생들과 조각가 이상헌(44)씨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전시회치고 작가의 작품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은 작가의 특별한 배려로 조각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가로 4m, 세로 1m, 무게 150kg의 거대한 나무인형 '기억잡기'.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전시공간 안에서 전시 작품의 이곳저곳을 만져보며 그 촉감과 감상을 열심히 메모하는 학생들. "이 작품의 소재는 기억입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시간 속에 간직된 삶의 인상, 즉 기억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아 좀처럼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켜켜이 쌓인 기억들의 연속이야말로 전 삶이자, 진정한 자기 소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헌씨의 작품설명이 끝나고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메모리 페이퍼'(기억편지쓰기) 시간.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서기라도 한 듯 학생들은 미리 마련된 종이에 저마다의 기억들을 깨알같이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무인형의 몸통(우체통처럼 편지가 들어갈 수 있게 텅 빈 구조로 제작되어 있.) 속에 차례차례 집어넣는다. "그런데 아저씨, 저 나무의자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앳된 얼굴의 예비문인(이민지·성동초6)이 나무인형 뒤에 놓인 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응, 의자가 한 개뿐이지? 그것은 외로움, 그리고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그리움을 의미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불쑥 학생들에게 내민다. "이게 바로 조각가의 손이란다. 참, 못났지?" 조각가의 손은 나무인형의 그것처럼 크고, 거칠었으며, 투박하였다. 잠시 고개를 돌려 나무인형의 얼굴을 바라본다. 환시일까? 무표정한 인형의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맺힌다. 관객과 소통함으로써 작품이 생명을 얻는 시간. 그 축복의 시간을 기억하려는 듯 유리창 밖 LCD모니터는 조각가와 예비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재현하고 있다.

글·사진 우광훈시민기자 ilbanana@hanmail.net

도움: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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