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가채점을 마치고 난 수험생들이 심한 허탈감에 빠져 있다. 수학 시험을 치는 순간에는 쉽다고 느껴 기분이 좋았지만, 나만이 잘 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기쁨도 잠시다. 모두들 쉽다고 하지만 나만 어렵게 느껴 시험을 망친 학생의 절망감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장 폴 사르트르는 "지옥이란 타인의 시선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부모와 친척, 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옥불처럼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경구의 속뜻을 되새기며 자신을 추슬러야 한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그 굽이굽이에서 우리는 무수한 승리와 패배, 희망과 절망, 허망과 좌절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도전적인 젊은이는 먼지 자욱한 지나온 길보다는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미지의 앞길로 묵묵히 나아간다. 아름다운 청춘, 아름다운 젊음은 굽이마다 부딪히는 절망과 좌절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꽃핀다. 노발리스는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예술이다"고 했다. 젊은이는 모두가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완성시키려는 예술가이다. 진정한 예술가가 위대한 이유는 아름다움을 창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피 흘리는 그 정신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이제 과장된 절망이나 터무니없는 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입시는 냉정한 현실이다. 자신의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자신의 꿈과 적성을 생각해야 한다. 가채점 결과와 여러 기관의 참고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하여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과 학과를 골라야 한다.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출처불명의 불확실한 정보로 속단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결정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전공을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 자신의 점수로 지망할 수 있는 대학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적성과 취향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하여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학과를 선택할 때는 자신이 즐겁게 오래오래 몰두할 수 있는 전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시험은 끝났다. 단판승부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멀리 내다보며 긴 호흡의 승부를 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이제 한 번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끝까지 기득권이 유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공부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시작된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는 필요한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학입시는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한 과정에 불과하다. 입시와 관련된 오늘의 상처는 세월과 더불어 치료될 것이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고 격려하자. 그리고 남은 일정을 꼼꼼하게 챙기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
윤일현(대산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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