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낙동강, 영산강(신정일 지음/창해 펴냄)

강 길 직접 걸으며 느낀 문화유산 이야기

문화사학자 신정일씨의 강 길 답사기다. 낙동강과 영산강을 따라 우리 산과 강, 길에 얽힌 문화유산을 이야기한다.

강을 따라 걷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길은 이어지다가 끊어지고, 끊어졌다가 또 어디에선가 시작된다. 예전에 있던 길이 사라져 3, 4km를 돌아가기도 하고,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물끄러미 강물을 바라보기도 했다.

옛 사람들은 강을 따라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해 살았다. 모든 길은 강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그 길은 사람이 사는 마을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그러나 요즘 길은 속도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구불구불한 길은 어느덧 비효율이 되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는 강마을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쉬어갈 리도 없다. 이제 길은 풍경이나 인연이 아니라 '속도'로만 존재한다.

지은이는 사라진, 혹은 사라져가는 강 길을 따라 걷는 일이 얼마나 무용한 일인가를 끝없이 되뇌며 낙동강 천삼백리 길과 영산강을 걸었다. 자고로 강은 여러 가지 소리를 내며 흘러야 하지만 개발에 밀린 강은 그저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은이는 "강이 온전해야 사람도 온전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강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고 한울님을 섬기듯 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개발반대론자'는 아니다. 그는 무조건적인 개발은 지양하되 강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광풍에 가까운 개발을 막되, 강이 사람을 살피고, 사람이 강을 살피는 방식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인 신정일씨는 한국의 10대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했고,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관동대로를 걸어서 다녔다. 우리나라의 400여개 산에도 올라갔다. 1권 368쪽, 2권 360쪽, 각 권 1만7천원.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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