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과학·첨단산업 중첩…대구경북 앞으로 뭘 뭐고 사나

지역 의원들 총력 대응

'세종시 그물망에 대구경북은 송사리만 낚을 지경이다.'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중심에서 기업·의료·연구소·대학중심으로 방향을 튼데 대해 지역 정치권이 총력 대응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세종시의 신(新)청사진을 의료메카, 첨단산업클러스터, 국제과학비즈니스센터를 포함한 산업단지 등으로 구체화했는데 대부분이 대구·경북의 미래 산업과 중복되면서 '대구경북 몰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면대결 불가피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인 대구경북에서 정부를 향한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세종시 수정 방향이 지역 현안과 모두 중첩하는 부분을 지적하며 ▷특정 기업 유치나 부지를 저가에 제공하는 것은 타지역과도 형평성을 맞출 것 ▷세종시가 전국 혁신도시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할 것 ▷대형 국책 사업의 질서 문란에 대한 대책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 의원은 "대형 국책 사업은 사업별로 어디가 가장 적합한지 따져야지 뭉뚱그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라 하는 것은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로비하면 된다', '떼쓰면 된다'고 생각하면 다른 국책 사업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특정 기업을 세종시에 가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텅 빈 땅'(세종시)을 위한 것이지만 현재 대구는 사람도 살고 있고 기업 유치도 가장 절실한 곳 아니냐"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만약 세종시에 부처가 옮겨가지 않으면 전국 혁신도시에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이전하려고 하겠느냐"며 "또 세종시의 기업 도시화는 지역에 다른 혁신도시를 하나 더 건설하는 것인데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만 갉아먹어 지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지원으로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다른 지역에 돌아갈 정부 지원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국회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안동)도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땅값을 낮춰주겠다는 방안 등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혁신도시에 대해서는 땅값을 더 낮춰주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앞장서 다른 지방에 갈 기업을 세종시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세종시 블랙홀'을 막자

대구·경북에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굶어죽게 생겼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세종시 의료메카=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세종시 첨단산업클러스터=대구국가산업단지', '세종시 국제과학비즈니스센터=대구~광주~대전 내륙삼각 첨단과학비즈니스센터'와 완전히 일치한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세종시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데 대구·경북이나 다른 시·도가 여기서 가만 있으면 모두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만다"며 "먹을 수 있는 '파이'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사라지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두가 세종시로 향하면 대구 국가산단은 무엇으로 채우고, 혁신도시나 첨단의료단지는 마치 '속 빈 강정'이 될 것이 뻔한데 대구경북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고 반문했다.

이철우 의원(김천)은 세종시를 '블랙홀'에 빗대며 "혁신도시로 올 것을 세종시가 뽑아가면 영·호남은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충청도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반대급부적 이익'을 지금까지 많이 누려왔으며 이미 많은 공장이 충청권에 세워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세종시에 정부가 나서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영·호남을 죽이는 일이며 정부가 나서 세종시로 기업을 유치해 가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19일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최하는 경북의원 오찬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세종시 그물에 지역은 망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α)'는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꼭 필요하며 힘을 보태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상기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세종시 그물론(論)'을 내놓으며 "정부가 세종시라는 큰 그물로 끌어가면 대어는 세종시에 낚이고 다른 지역은 미꾸라지, 송사리만 잡힐 것"이라며 "세종시가 원안(행정중심)대로 가야만 다른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전국이 균형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세종시가 교육 기관 유치에 나설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할 '교육국제화특구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지역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향이 지금대로 가는 것(기업도시)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다양한 방향에서 충분한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박상전·서상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