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반고+전문계고' 통합형 고교 인기 비결은

중앙경영정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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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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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로 가느냐 전문계고로 가느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로 선택에 고민하는 중3학생들에게 일반계와 전문계를 함께 운영하는 통합형 고등학교가 인기다. 대학 진학을 준비할 수 있는 일반고의 장점과 다양한 전문직업교육으로 취업과 진학률이 일반고보다 높은 전문계고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 때 계열이나 학과를 선택한 뒤에도 2학년 1학기 내에는 계열이나 학과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등에 업은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 등과 일부 명문고의 위세 속에서도 통합형고교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구 중앙경영정보고와 경북 상주여자상업고를 찾아가 전문계고와 일반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살펴봤다.

▶중앙경영정보고=18일 대구 수성구 수성4가에 자리 잡은 중앙경영정보고 1학년 6반 교실.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이미지 편집, 웹디자인, 게임 및 캐릭터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솜씨가 전문가 못지않았다. 이들은 2학년이 되기 전 일반계열(인문·자연계열)과 전문계열(경영정보과·시각디자인과)로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미리 시각디자인과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바로 옆 교실인 1학년 7반 교실에서는 원어민 교사의 지도 아래 일반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1학년 전소현양은 "입학 때만 해도 전문계열과 일반계열 선택을 두고 고민했지만 시각디자인 관련 수업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2학년이 되면 시각디자인계열로 진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반계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같은 학년 장원혁군은 "진로, 직업과 관련된 학교 수업이 진로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1년 전 전문계고교에서 일반계가 함께 운영되는 통합형고교로 전환한 이 학교는 다양한 전문 직업 교육에다 높은 진학률과 일반계열로도 진학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최진연 교감은 "전문계 때는 학생 모집조차 어려웠지만 통합형 고교 전환 이후 학생 지원도 늘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 3월부터는 '대구중앙고'로 교명을 변경하고 명문고 대열에 들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학교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진로교육. 1학년때 진로·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정규수업과정에도 진로·직업과 관련된 과목을 편성해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2학년이 되면 일반계열의 경우 대학 진학에 대비한 교육을 시작한다. 학생들의 체계적인 학력관리를 위해 학력관리부를 신설, 개인별로 체계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진학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계열에 대한 교육경험이 없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우려에 대해 최 교감은 "지난 10년간 전문교과 교사 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일반교과 교사를 꾸준하게 늘려 일반계열 교육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반계열 교사들은 학생들의 지도를 위해 매주 1차례씩 연구발표를 하고, 방학 중에는 다른 일반계 고교의 보충수업에 참가하거나 인근 학원 정보를 파악하는 등 공부에 한창이다.

물론 이 학교의 전통적인 강점인 '전문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 산학협약을 체결해 학생들이 최첨단 시설과 인적·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장학금도 준비돼 있다. 중학교 내신 성적 30% 이내인 신입생은 3년 전면 장학금을, 배치고사 상위 2% 이내인 학생은 1년 전면 장학금에 해외연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상주여자상업고=내년 3월부터 우석여자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꿀 예정인 이 학교는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생 1교사 결연을 맺어 고교 3년 내내 학생 개개인에 대한 학사 및 성적관리와 생활지도에 나선다. 또 방과 후 교육활동을 강화, 사교육비 걱정 없이도 학습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개별화 학습 시스템은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인터넷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성적관리와 생활지도가 가능하고 학부모도 자녀의 성적관리와 생활지도에 참가할 수 있다.

학교 생활에서 건전하고 올바른 사고와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지도하고 있다. 현재 만화동아리반, 모둠북반, 색소폰반, 대취타대, 영어연극반, 영어팝송반 등의 동아리에 전교생의 65%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이 학교가 통합형 고등학교로 변신을 꾀하게 된 것은 농촌형 도시지역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인문계 진학을 선호하는 학생이 늘었지만 인문계 학급수가 적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학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국환 교장은 "인문계 고교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가 태부족한 실정이어서 상당수가 타 시군이나 읍면 소재지 학교에 진학하고 있다"며 "이 같은 학생, 학부모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수년 전부터 대안을 모색해오다 올해부터 통합형고교로 변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경북지역 대표 전문계학교로서의 전통도 이어갈 예정이다. 전교생 2종 이상 자격증 취득, 특기·적성교육의 다양화 전략으로 학생들의 취업률과 취업의 질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학교 측은 "매년 삼성, LG 등의 대기업을 비롯한 전국 기업체에 100% 취업시키고 있으며 진학 측면에서도 동일계 및 수시, 정시 모집에서 지원자 99%의 합격률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여국환 교장은 "최신 실습실을 갖춘 전문계고와 가장 진학 성적이 우수한 인문계고 체제를 동시에 갖춰 학생, 학부모의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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