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암살된 舊 소련 세르게이 키로프

1934년 오늘,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산당사에서 총성이 울렸다. 전직 당원이자 실직자인 레오니드 니콜라예프가 레닌그라드 당 제1서기 세르게이 키로프(1886~1934)를 쏜 것이다. 목 뒤를 맞은 키로프는 즉사했고 범인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단순한 암살사건이 아니라 소련 전역을 피로 적시는 대숙청 시대의 서곡이었다. 다음날 서기장 스탈린은 당에 배신자 처단을 요청하고 무자비한 살상에 나섰다. 니콜라예프와 부인은 바로 총살됐고 80대 노모와 일가친척, 친구 등도 살해됐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장교와 당원, 관료, 과학자, 사상불순자 등 수천만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암살사건은 훗날 스탈린에 의해 기획'조작된 사실이 밝혀졌다. 키로프는 1926년부터 레닌그라드당을 이끌면서 당원들의 신망을 얻고 있었다. 1934년 중앙당 위원 선거에서 스탈린 자신은 292표의 반대를 받았으나 키로프가 3표의 반대만 받은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키로프는 스탈린에 의해 영웅화돼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그의 이름을 딴 도시(예전 밧카), 거리, 건물, 극장, 순양함, 비행선이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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