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풍어철이면 개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풍요로움과 활기가 넘쳤던 포항 구룡포. 그러나 지금은 여느 한적한 어촌마을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지리적 특성상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정체된 지역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문화의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있다. 20여년 전 일부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된 독서운동이 씨앗이었다.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유학생을 주축으로 재경향우회와 뜻을 가진 고향 사람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여름공부방을 만들면서 이곳에도 싹이 트기 시작해 그후 가칭 읍민도서관 건립추진소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도서관 건립이 시작됐다.
마침내 지난 1986년 구룡포읍민도서관 운영위원회가 정식으로 결성됐으며 그물을 넣어두던 창고 건물이었지만 수리를 거쳐 장서와 열람석을 만들면서 도서관으로 탈바꿈 시켰다. 제대로 된 공부방을 갖지 못한 지역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공부방이 생겼으며 만남의 장이 열린 것이다.
이용률은 급증했으며 서로 좌석을 차지하려는 학생들로 넘쳐나 면학열기로 구룡포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행복감도 잠시 곧 시련이 닥쳐왔다. 창고건물에서 나오게 되면서 갈곳이 없게 됐다. 그러나 회원들은 절망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기 위해 운영위원들이 모금을 벌여 주민들의 쌈짓돈이 푼푼이 모아져 지난 1994년 현재의 구룡포해경파출소 옆에 900㎡ 규모의 2층짜리 도서관을 신축했다. 국내 최초로 정부의 지원없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도서관이 건립된 것이다.
학생들은 예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주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당시 2천500권으로 시작된 장서수가 지금은 1만4천여권으로 늘었으며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지금은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어 이제는 도서관 역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까지 겸하고 있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를 초청해 종이접기와 밸리댄스, 향토순례, 청소년어울마당 등 문화행사와 함께 지역 7개 초중고에 장학금을 전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도서관운영위원장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 서인만(50) 운영위원장은 민주노총 포항시지부장을 역임한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구룡포 출신인 서 위원장은 정치와 노동운동이 아닌 주민운동이 꽃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읍민도서관 운영위원장 자리를 맡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서 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도서관을 건립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산부족의 이유로 농어촌지역까지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건립한 경우는 전국에서도 처음이다"면서 "읍민도서관이 독서와 문화공간이라는 씨앗으로 소외된 지역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주었으며 문화적 푸른 나무가 가득 찬 숲을 만들어 언젠가 구룡포가 전국에서 가장 향기 가득한 문화와 독서의 숲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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