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여성전문병원 3층 신생아실.
띠리링~ 띠리링. 분만을 알리는 콜이다. 1일 오후 11시 50분. 남들은 편안한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신생아실 간호사들은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아기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만 20명. 세상에 나온지 일주일이 다되가는 고참 아기부터 막 분만해서 옮겨온 신참내기 아기까지 있다.
신생아실은 들어오는 절차부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전용세제로 깨끗이 손을 씻는 것은 기본이고 온몸을 감싸는 살균 가운을 입고 반드시 전용 슬리퍼를 착용해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에게 세균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신생아실은 병원에서도 1급 청정구역으로 불린다. 최근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예방 차원에서 간호실습 학생도 받지 않고 있다.
분만콜이 울리면 신생아실 간호사들의 손길은 본능적이 된다. 아기를 받자마자 머리에 묻은 양수를 씻어내고 바로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워머기기에 눕힌다. 눈을 보호하는 연고를 바르고 입안의 이물질을 빼낸 다음 키와 머리둘레를 잰다. 이어 B형간염 예방주사와 발도장, 각종 검사까지···. 이 모든 과정이 불과 5분 만에 이뤄진다. 3년차 간호사인 이혜선씨는 "신생아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수시로 아기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울음소리만 들어도 배고파 우는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건지 재빨리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신생아실은 병원에서도 인정하는 베테랑 간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하루에도 수십번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수시로 분유를 먹이려면 강인한 체력은 기본이다. 여기다 빠른 판단력과 새생명을 돌본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1년에 2천명이 넘는 신생아가 아무탈없이 신생아실을 걸처가게 된다.
하루를 넘겨 2일 오전 2시. 조금 잠잠한가 싶더니 한 아기가 울음을 터트린다. 연달아 옆에 있던 아기들의 울음이 터지고 채 10분도 안돼 한바탕 울음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침착하게 귀저기를 갈고 입에 젖병을 물리는 간호사의 능숙한 솜씨에 곧 신생아실은 고요함을 되찾는다.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신생아실은 이런 뉴스에 아랑곳없이 한명 한명의 새생명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그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자부심으로 똘똘뭉쳐 있었다. 글·사진 최철식시민기자 ccs1520@naver.com
도움: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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