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없어도 유학가는 사회" 홍동현 한국장학재단 감사

홍동현(55) 한국장학재단 감사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바라보면 눈물부터 난단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 첫 발을 내디뎠던 곳이 민정당 사무처였고, 이곳에서 24년간 근무했으니 거의 반평생을 정치권에 몸담아 온 셈이다. 때문에 여의도를 떠올리는 게 고향 군위에 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결혼도 사무처의 후배와 했다.

지난 5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 경험이 된 것 같다. "세상은 여의도가 전부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 곳으로 와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장학재단은 올 5월 설립된 공기업으로,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학자금 대출은 2조5천억원, 장학금 지원은 4천300억원 정도 이뤄졌다. 내년부터 실시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역시 이 곳에서 맡게 된다. '돈 없어 대학 못가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돈 없어 유학 못 가는 사람이 없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게 바람이란다.

정치권에 대한 미련도 많을 것 같다고 했더니 "몸 담고 있는 장학재단의 업무를 충실히 하고 싶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기회가 온다면 참여하고 싶다. 여의도는 아내를 만났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터전이기도 하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공천 탈락했던 때를 떠올렸다.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아내는 직장이었던 한국교류재단에 휴직서를 내고 대구로 내려왔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도왔지만 경선조차 못해보고 탈락했다. "모든 게 무너지는 듯 했죠. 그 때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습니다."

상처를 추스리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 달 여 간 전국의 사찰을 돌며 108배를 했다고 한다. 살던 집도 이사했는데, 이유가 "부부 모두 실직한 바람에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며 이해될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는 정치권에서 바쁘게 생활하느라 두 아들에게 제대로 못해줬던 게 늘 미안하단다. 17대 총선 얼마 뒤 한나라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으로 발령받게 돼 실직자 신세는 면하게 됐으나 가정 형편때문에 고교 3학년이었던 맏아들을 학원에 못 보내준 게 늘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다고 했다.

홍 감사는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이 젊어져야 하고, 젊은 시각에서 지역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산책이나 등산을 권했다. "건강도 챙길 수 있지만, 주위를 돌아보며 무수히 쌓여있던 생각의 구슬을 하나하나 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더 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 삼덕초교·대구중·대구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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