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은 강물, 울산은 청정수 먹으라니… "

지역민, 정부 광역상수도 계획안 반발

정부가 추진중인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안이 확정되면 대구와 경북 남부권은 전국에서 '깨끗한 원수'의 하나로 꼽히는 식수원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1994년 완공된 청도 운문댐은 상수도 전용 댐으로 건설됐으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청정취수원 중 하나다. 울산시가 운문댐 물을 가져가려는 것도 원수 부족이 아니라 '맑은 물' 확보 차원이다.

울산시는 맑은 물 확보를 위해 소규모 댐 건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깝고 청정수인 운문댐 물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

정부의 광역상수도 계획안에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안이 포함됐지만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해 향후 운문댐 물을 둘러싸고 지역 간 '물 전쟁'이 예견되고 있다.

◆울산권 맑은 물 위해 대구경북 희생?

정부가 이달 중 내놓을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대책'안의 핵심은 운문댐 물의 울산권 공급으로 운문댐에서 울산까지 1천544억원을 들여 관로 49㎞, 터널 5㎞, 취수장 1곳을 건설한다는 것.

울산시는 주 취수원인 사연댐에 반구대 암각화가 위치, 수돗물 공급을 늘리려면 수위 상승으로 암각화 수몰이 불가피해 취수원 추가 확보에 노력해오다 운문댐 공급안을 국토해양부에 줄곧 건의해 왔다.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가 남아있지만 울산시는 사실상 운문댐 물의 취수를 확정적인 상태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울산시와 지역 국회의원 등은 정부안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까지 5, 6년이 걸린다며 사업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운문댐 물이 울산으로 흘러가면 대구경북은 '깨끗한 원수'를 잃게 돼 상대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낙동강 페놀 사태 등으로 어느 지역보다 '수돗물' 불안감이 심각한 대구지역 정서를 감안할 때 정부안은 추진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운문댐 물 울산 공급 방안이 최근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토부나 울산시에서 대구나 경북도에 협의를 해온 적이 없다"며 "정부 안이 추진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운문댐 물 사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및 경북 남부권 취수원은

대구에서 수돗물 생산을 위해 사용중인 원수량은 하루 평균 80여만t 정도. 이 중 21만t은 운문댐에서, 50여만t은 낙동강, 나머지는 가창댐과 공산댐에서 받고 있다. 운문댐 물은 25㎞의 관로를 통해 고산정수장과 연결돼 있으며 정수 후 동구와 수성구 지역 수돗물로 공급되고 있다. 운문댐에서 생산되는 나머지 물은 청도와 경산, 영천 지역 등의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취수가 안정적인 낙동강과 달리 운문댐 물은 갈수기에는 공급량이 줄어들어 일평균 사용량이 최대 23만t에서 11만t까지 변동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시는 운문댐 수계 지역인 동·수성구를 제외한 타 지역의 안정적인 상수원 확보를 위해 낙동강 취수원 상류 이전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구미공단 오염원에 노출된 달성군의 취수원을 구미시 상류인 해평면으로 옮겨 수질 오염 위험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

해평에서 대구까지 67㎞의 관로를 설치하는 이 사업에는 5천8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시는 내년도 기본 및 실시설계비로 20억원을 정부에 요구해 놓은 상태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대구 취수원은 구미 공단 하류에 있어 오염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구를 통과해 경남과 부산으로 흘러가는 낙동강 물은 자연 정화 과정을 거치고 별다른 오염원이 없어 오히려 대구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운문댐 물 울산 공급안은 대구권 취수원 구미 상류 이전과도 맞물려 있다.

대구 취수원이 구미 상류로 이전하면 하루 84만t을 취수할 수 있고 이 중 구미·칠곡·고령·성주에 공급되는 원수를 제외한 60만t을 대구가 사용할 수 있어 대구 취수원인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해도 '대구 물 공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한편 영천 보현산 다목적 댐이 8일부터 사업에 들어감에 따라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안은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된 보현산 댐의 총 저수용량은 2천200만t으로 준공 이후인 2014년부터는 운문댐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영천, 경산 지역에 연간 1천500만t씩 공급할 계획이다.

◆대구시 운문댐 물 울산 공급 수용 불가

대구시의 수돗물 공급 기본 원칙은 '동(東)댐 서(西)강'구조다. 동·수성구 지역은 운문댐 물을, 달서·서구·달성군 지역은 낙동강 상류 1급수를 취수해 수돗물로 사용하고 있다. 한때 시는 만성 적자인 상수도사업 합리화를 위해 운문댐 물 취수량을 줄여 사용해 왔다.

현재는 일 평균 20만~21만t을 사용하고 있지만 2007년에는 일 평균 15만t, 지난해에는 17만5천t을 취수한 것. 이는 낙동강 물 공급 가격이 t당 47원이지만 운문댐 물은 213원으로 5배 이상 비싸 운문댐 물 사용량이 늘수록 수돗물 생산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월 다이옥산 파동 이후 대구시 정책은 '가격'보다 '수질'로 급선회했다. 시 관계자는 "상수도 적자폭을 감수하고 올부터 운문댐 물 취수량을 늘리고 있다"며 "운문댐 물은 대구 및 경북 남부권의 안전한 물 확보를 위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취수원이며 현재 운문댐 물 생산량도 많은 편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한때 수돗물 원가 절감을 위해 운문댐 물 사용량을 줄인 것이 울산 공급의 당위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구 신서 혁신지구 및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이후 '깨끗한 원수'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운문댐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권대용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운문댐이 대구 및 경북 남부권 주민을 위해 만들어졌고 댐 조성 과정 및 상수도보호구역 지정으로 지역 주민 상당수가 피해를 감수한 것을 감안할 때 울산 지역 공급은 대구시나 경북도 모두 기본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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