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신문 독자 여러분. 저는 무용을 전공하는 강하진(가명·19·수성구 범어동)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서울 유명대학교 예술학부에 수시로 합격을 했지요. 하지만 6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합격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어떻게든 등록금을 마련해 보려 동네 인근 레스토랑에서 하루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시급 4천원을 받고서는 1월까지 6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사실 집안 형편은 무용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간신히 생활을 하고 있고, 집세는 6개월치가 밀려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얼음같이 차가운 방에서 자야만 합니다.
어머니는 제가 다섯살이 되던 해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면서 우울증을 앓게 됐습니다. 또 허리와 양쪽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겨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 수진(가명·16)이는 어릴 때부터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척추지방종이라는 희귀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채 태어났지요. 수진이는 생후 2개월부터 지금까지 10여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나마도 10년 넘게 치료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가을 여러 독지가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는 이제 겨우 목발을 짚고 학교를 오갈 정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늘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하고,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발 뒤편 살에 염증이 생겨 발이 검게 변하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비용도 만만찮은데다 워낙 건강이 좋질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저는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졸라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무용 학원에 다니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학원비를 내지 못해 쫓겨났고 저는 학교 강당에서 혼자 연습을 했습니다. 버스가 끊어질 시간이 돼서야 가까스로 막차를 탔고, 몸매 관리를 위해 2시간 걸리는 거리를 걸어다닌 날도 많았습니다. 동생이 입원이라도 하면 밤새 동생 옆에서 간호를 하고 낮에는 졸린 눈을 비비며 시간을 쪼개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그나마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저를 격려해 주시는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학교조차 다니기 힘든 처지였던 저에게 "재능이 보이니 노력해보자"고 손을 잡아주셨던 분입니다. 선생님은 이리저리 인맥을 동원해 제가 무용을 계속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다른 친구들이 수백만원을 들여 안무 작품을 받아 콩쿠르에 참여할 때 저는 선생님과 학교 강당에서 연습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콩쿠르에 참여할 의상비조차 마련하기 힘들 때도 많았지요. 그래도 억척같은 제 노력을 하늘이 인정해주신 걸까요? 교육청 대상을 비롯해 십여곳의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에 합격을 했지만 저는 지금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기분입니다. 지난 3년간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까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동생도 걱정입니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수진이는 제가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떠먹여주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고 밤을 지새운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착하기만 한 수진이는 "언니가 성공하면 된다"며 저를 격려해줍니다. 등록금만 마련할 수 있으면 자기는 혼자 견뎌낼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열심히 무용연습에만 매진하라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이런 착한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언니가 되기 위해서라도 전 꼭 최고의 무용가가 될 자신이 있는데 제게 이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는 걸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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