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와 경북 남부권에만 공급하는 운문댐의 청정 수돗물 일부를 타 지역으로 보내고, 대신 부족한 분량은 낙동강 물로 채워넣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수돗물 파동을 겪어온 대구와 경북 남부권 주민들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운문댐 수돗물은 하루 최대 23만t에서 11만t까지 변동폭이 커 갈수기 때 대구권 주민들이 쓰기에도 부족하다.
국토해양부가 운문댐 물을 울산시에 공급하려는 의도도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물 부족 때문이 아니라 '맑은 물' 확보에 고심해 온 울산시의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맑은 물을 저곳으로 돌리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가 가만둬도 될 것을 공연하게 나서 지자체 간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고작 7만t을 울산으로 보내는 것을 두고 대구권 주민들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다. 이곳만의 특수한 상황과 정서를 잘 모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주민들은 1991년 페놀 사태를 시작으로 2006년 퍼클로레이트 사고, 2008년 김천코오롱 페놀 사건, 고령 골재선 기름 유출 사고 등 수많은 수돗물 사고를 겪어왔다. 다이옥산 사태로 정수기'생수 품귀 현상까지 빚어진 것이 불과 11개월 전이다. 주민들은 수돗물 얘기만 나오면 화들짝 놀라기부터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역 이기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광역상수도망 계획은 낙동강권역 주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상황과 정서를 감안해 계획을 만들어야지, 책상머리에서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려 해선 안 된다. 이 계획은 당장 폐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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