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遠近法) 구도를 펼친 돋을새김 산수화여
말고삐 몰아 쥐고 물웅덩이 늪을 지나 길 없는 길 만들며 힘들게 산등성이 넘어 간다 아, 눈 아래 밟히는 저 티끌 세상, 먼지 소음 오수로 뒤범벅된 아황산이 배출되는 공해의 바다. 들끓고 또 끓어 넘치는 그 바다에 쪽빛 물감 그득 풀어 놓는다 잠시 멈췄던 조각도 다시 들고 사흘 밤 낮 준령을 넘어 예각(銳角)의 금을 그어 가면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 노고단이 바로 저기로구나. 앙상한 뼈마디 나무들 녹색 옷 입히고 산물 소리 콸콸 쏟아내는 계곡, 웅숭깊은 저 계곡까지 숨결소리 들리는구나
그 아래 둥지를 틀고 살고 싶어 떠는 칼날
그림과 시의 접촉이다. 그림 속에서 상상력이 부풀면서 시적인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시 속에서 그림의 상상력은 언어의 물질화를 통해서, 물질적 언어 사이의 길항과 접촉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조각도 다시 들고 사흘 밤 낮 준령을 넘어 예각(銳角)의 금을 그어 가면"이라고 시인이 언어의 조각도로 풍경을 새겼을 때 노고단은 바로 예각의 금으로 두텁게 새겨진다. 언어가 가진 물질적 힘이다. 그 힘은 쉽사리 말하자면 언어의 역사성과 우리의 경험이 섞여있는 상태이다. 언어가 가진 물질적 특성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이해에 다름 아니다. 사물의 본성이란 사물의 외양과 일치하고 사물의 외양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이기도 하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지지율 54.3%로 소폭 하락…전재수 '통일교 의혹' 영향?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
'국비 0원' TK신공항, 영호남 연대로 뚫는다…광주 軍공항 이전 TF 17일 회의
'李 대통령 질타' 책갈피 달러에…인천공항사장 "무능집단 오인될까 걱정"
김어준 방송서 봤던 그 교수…오사카 총영사에 이영채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