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오늘, 핀란드 콜라 인근 눈밭에서 한 청년이 참호에 웅크리고 있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소련군이 나타나자, 자신의 모신나강 M28 저격용 소총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1발에 1명씩 쓰러졌다.
그는 역사상 최고 저격수로 불리는 핀란드의 시모 하이하(1906 ~2002) 상병이었다. 핀란드와 소련의 겨울전쟁 중 콜라 전투에서 소련군 505명(미확인 추정 542명)을 저격했다. 반자동소총으로 사살한 소련군만 200명이 넘었으니 혼자 700명 넘게 사살했다. 고작 3개월여간의 전투 기록인 만큼 전무후무한 공훈일 것이다.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모델인 소련의 바실리 자이제프(400명 추정)보다 훨씬 앞선다.
160㎝의 단신에 조준경 없이 눈으로만 조준했고 은'엄폐에 탁월했다. 전투 막바지에 유탄에 맞아 턱과 뺨을 크게 다친후 중위로 진급해 제대했다. 농부이자 사냥꾼 출신인 그는 핀란드의 영웅이 되고서도 시골에서 개 사육과 사슴 사냥을 하면서 살았다. 기자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자, 퉁명스럽게 "오직 연습뿐"이라고 했을 뿐이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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