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예산만 챙기는 불량 국회의원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좋다.'
여야가 4대강사업 예산 등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는 틈바구니에서도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지역 관련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국익보다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급급하다'며 노골적으로 이들을 비난하고 나서도 내심으로는 즐겁다. 정책 질의에 몰두하는 것보다는 '지역구만 챙기는 국회의원'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 오히려 지역구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15일까지 이어지는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지역구 출신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집중적으로 챙기고 있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김천)은 며칠전 "국민 복지 차원에서 KTX 요금을 절반으로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전국지는 '황당한 지역구 챙기기'라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14일 "모든 구간의 KTX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특정 신문은 서울~김천 간 요금을 깎아야 한다고 보도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키로 했다. 이 의원은 "지방 사람이나 서울 사람들이 서울과 지방을 자유롭게 다니기에는 현재의 KTX 요금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복지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제기한 것"이라며 "이를 지역 민원 챙기기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대구 북을)도 지역 예산을 챙기는 대표적인 의원으로 지목됐다. 며칠전 서 의원이 예결위에서 대구오페라축제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정책질의를 하자 한 방송이 이를 지역 예산 챙기기로 비판한 것이다. 이명규 의원(대구 북갑)과 김광림 의원(안동)도 정책질의를 하면서 수시로 지역 관련 예산을 요구했다.
지난주 국토해양위의 4대강사업 예산 처리가 여야 충돌없이 처리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병석 위원장(포항 북구) 등 국토해양위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때문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포항 관련 예산 2천700여억원을 증액시켰고,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을)은 대구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 예산 135억원, 정희수 의원(영천)은 언양~경주~영천 고속도로 신설 예산 50억원을 증액시켰다.
지난해 예결위에서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병)은 대구시 예산 확보에 총대를 멨다. 일부 언론에서 지역구 예산 챙기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하긴 했지만 오히려 초선인 조 의원의 이름을 대구에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역구 의원들이 해마다 예결위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라는 중앙언론의 비판에 아랑곳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예결위원에게는 예산 심의 막판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지역 예산을 정부가 따로 배정해 놓아 예결위원이란 직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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