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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한자의 역설/김근 지음/삼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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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4천여년의 긴 세월 동안 한 국가 체제를 유지해왔다. 일시적으로 왕조가 분열하고 왕조가 바뀐 적이 있었지만 거대한 땅덩어리를 기반으로 한 규모를 잃지 않았다. 그래 왔으니 당연히 그런 듯 보이지만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 많은 인구와 다양한 종족이 느슨한 연합 형태도 아닌 전체주의적 통일 형태로 유지됐다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한자로 귀결된다. 수많은 방언이 복잡하게 갈라져 분화와 분열의 위험이 있었지만 이미지로 소통하는 한자를 문자로 쓴 덕에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의사소통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다. 거대한 하나의 통일 국가를 유지하고자 이상적 국가 및 사회 체제, 바람직한 인간상을 관념적인 틀로 만들어놓고 그 이념 및 사상체계를 퍼뜨리고 구축하는 역할을 한자가 담당했다. 또 사물에 질서를 부여, 통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헤게모니를 확립하는 역할도 했다. 가령, '정치 정(政)'자는 글자 형태상 세금을 걷는 행위를 뜻하나 '바를 정(正)'자를 덧붙임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감추도록 만든 한자이다.

중국언어학의 전문가인 지은이는 한자어 사전이라 할 수 있는 '설문해자'에 대한 설명, 적벽대전, 새옹지마 고사, 아큐정전의 장면 해설 등을 통해 중국을 지배해온 한자의 힘을 말한다. 204쪽, 1만2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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