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판이야기] 책 할인 판매는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과 손해를 줄까

서점에 가 보면 어떤 책은 정가대로 판매하고, 어떤 책은 5% 할인하고, 또 어떤 책은 10%, 20%까지 할인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신간이라도 10% 할인 판매가 일반화돼 있다. 어떤 기준에서 책을 할인 판매하는 것이고, 할인 판매는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과 손해를 줄까.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물품, 마일리지, 할인권, 상품권 등 모든 유사할인 범위를 10%(실제 최대 19%까지 할인 효과 있음)로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도서 정가제'다. 그러나 '도서 정가제'는 최초 발행 후 18개월 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러니까 최초 발행하고 18개월 이내의 책은 10% 범위 내에서 할인 판매하거나 경품을 제공할 수 있다. 최초 발행 18개월이 지난 책 중에는 50%에서 심하게는 70, 80%까지 할인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 스테디셀러의 경우 최초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30, 40% 할인은 일반적이다. 거칠게 말해 현행법상 출간 18개월이 지난 책은 무제한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책의 할인 판매에는 실제 할인 금액 및 각종 경품 제공 등이 포함된다. 작은 손수건, 수첩, 달력, 영화 관람권, 미니 북 등 다양한 경품이 책과 함께 판매되는 것이다. 경품에 매료돼 책을 사는 독자는 의외로 많다.

신간과 구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18개월로 정한 근거도 의문이지만, 책의 할인 판매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당장 액면가보다 책값이 싸고 경품을 얻을 수 있으니 독자는 이익을 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할인금액, 각종 경품의 부담은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돌아간다. 출판사들은 '할인하거나 경품을 끼워야 책이 팔린다면 책값을 높게 책정하고 경품을 넉넉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할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소 오프라인 서점은 경영 위기를 맞거나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독자들이 서점에 와서 책을 구경한 후에 할인율이 높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없어 애초부터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독자들도 많다.

인터넷 서점의 약진과 오프라인 중소서점의 몰락을 할인제도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의 가격 할인이 독서 행태 변화, 도서 판매의 집중화(인기 있는 몇몇 책 중심의 판매), 중소 출판사의 몰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은 많다.(인터넷 서점은 초기 화면 노출이 책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영세한 출판사의 책은 노출 기회를 얻기 어렵다.)

한편 12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보를 통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 7월 1일부터 '소비자 경품 관련 규제가 폐지'된다. 소비자 경품 규제 폐지는 출판사들의 경쟁적 경품 제공을 유발할 것이고, 결국 도서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